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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다 눈독을 들여. "

17일 오후 강원도 강릉 시내 예술회관. 담배연기 속에 예총회원 대표 10여명의 표정은 잔뜩 찌푸려 있었다. 긴급모집된 이날 회의는 40여분만에 끝났다. 답안 이 쉽게 나온 셈이다. "순수공연활동 장소인 문화예술관에서 선거개표를 하겠다는 발상은 마땅히 철회돼야 하며 . " 한 참석자가 벌떡 일어나 만장일치로 통과된 성명서를 낭독했다.

이곳에도 불어닥친 선거바람은 엉뚱하게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 같다. 바로 이틀전,강릉선관위에서 지난 7일 개관테이프를 끊은 문화예술관 건물을 이번 총선개표장으로 정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온 것이다.

선거 관리업무를 맡은 선관위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당초 상부에 개표장으로 보고한 시청민원실은 50평 남짓한 공간때문에 책상,캐비닛 등 집기를 모두 들어내도 개표작업이 어려울게 뻔했다. 게다가 개표가 새벽까지 계속되면 다음날 민원업무에 차질이 올 수도 있는 일이었다. "선거가 보통 큰 일입니까"라고 한 선관위원은 반문했다.

그러나 문화예술인들은 "선거면 다냐"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개관된 뒤로 공연행사를 한번도 치르지 않은 예술관 소극장 무대에 투표함이 먼저 오르는 광경이 이들을 기분나쁘게 하고있는 것이다. "출발부터 건립취지에도 없는 개표장 노릇을 할 경우 하나뿐인 문화예술관이 온통 잡동사니 교육장으로 변할지 모른다. "

이날 서울에서 부랴부랴 내려운 예총 강릉지부 회장인 신봉승씨는 "가뜩이나 뒷전에 밀리는 문화예술인데 "라고 말했다. <강릉=최보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