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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시타(송하행지조)는 나이 쉰여섯에 처음 미국 땅을 밟았다. 아홉살에 자전거포 점원으로 들어가 결국은 마쓰시타 가전왕국 을 일으켜 세웠던 그 마쓰시타 이야기다. 51년의 미국,그것은 영광의 아메리카다. 고향친구에게 보낸 마쓰시타의 하와이발 제일신이다. "여기는 번영과 행복과 평화의 나라라오 . " 후일 마쓰시타는 아메리카의 번영과 행복과 평화를 일본땅에 옮겨놓기 위해 php(번영-행복-평화의 영자두음) 연구소를 설립했다. 다음은 뉴욕발 제이신. "미국은 tv의 나라요,전 미국에 tv가 7백만대나 보급되어 있다오 . "이 tv왕국,영광의 아메리카는 지금 어디로 갔나.

영광은 쇠퇴로 기울고,tv공장은 문을 닫은지 오래다. "일본에선 가능한 일이 왜 미국에선 . " 51년 마쓰시타에 아메리카 쇼크 를 안겨줬던 미국. 그 미국 nbc tv의 80년 6월 특별기획 프로그램의 제목이다. 미국의 영광과 쇠퇴,일본의 폐허와 재대두. 이 역사의 골짜기를 갈라놓은 동인은 무엇일까.

미국자료를 인용하자. nsf(미국과학재단)의 의뢰를 받아 게르만 연구소가 작성한 보고서다. 전후 탄생한 5백개 획기적 기술의 국적분류다. 60년대까지는 미국 국적이 압도적이다. 60%를 차지하고 있다. 그때의 일본은?" 이런걸 물으면,실례다. japan 이란 글자 자체가 없다. 바로 이무렵 2백대의 일제 자동차가 미국 서부해안에 상륙했다. 대미 자동차 수출 제1호인 셈이다. 그러나 이 메이트 인 제팬 의 미국생활은 단명했다. 제깐에는 신나게,실제론 털털거리며 하이웨이를 한번 달려본뒤 전량폐차 처분됐다. 쌩쌩소리를 내는 gm 포드 크라이슬러 제품을 견뎌낼 수 없던 것이다. 남의 일 같지 않은 수출 애화다.

격동의 70년대는 이 기술국적 분류표를 뒤흔들며 개막됐다. japan 이란 글자가 곳곳에서 출몰한다. 미국은 여전한 1위. 그래도 60년대 보다는 뚝 떨어진 속도다. 그뒤에서 영국과 일본이 앞서가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때는 선두권에 속했던 서독-프랑스-캐나다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명치유신이후 1백년간의 일본 긴술사는 따라잡기 의 역사다. 그들은 구미와의 비교에서 따라잡기 라는 단어밖에 사용할 줄 몰랐던 민족이다.

어디대고 감히 넘어서기 라는 밥상을 . "우리 머리속에 넘어서기라다는 단어가 입력된 것은 70년대부터다. " 기술분야의 전문 작가로 한창 이름을 날리는 야나기다(유전방남)의 일본이(미국을) 역전시킨날 이란 작품에 달린 후기다.

구미의 기술식민지 였던 일본. 그 일본이 수입기술에 자주기술을 교배시켜 만들어낸 것이 잡종강세형 기술품종이다. 이 잡종강세형 기술을 타고 tv,자동차,vcr,ic 공작기계가 태평양을 건너갔다.

ibm 2만명,gm 1만5천명,웨스팅하우스 1만2천명 . 요즘 미국의 간판기업들은 이렇게 만명단위 로 감원한다. 이게 야나기다 가 말하는 미-일 관계의 역전이다. 이 대역전의 드라마,그 배후에는 누가 있는가. 니시자와(서택윤일)는 센다이(선태)의 지방대학 동북대 총장이다.

핀 다이오드(52년),반도체레이저(57년),수속성광 파이버(64년). 광통신의 이 3대 요소가 그 혼자의 발명품이다. 유리창 날아간 실험실,두드리지 않으면 바늘도 움직이지 않은 계기. 이게 일본 반도체 산업의 아버지 니시자와의 연구여건이었다.

이나모리(도성화부)는 세계의 전자-광학 신소재 분야에서 큰소리치는 경세라 의 회장이다. 그는 기술의 미치광이다. 27살에 혈서를 쓰고 창업해 기술 하나로 일어섰다. 요즘도 그의 기술광인 옹호론 은 젊은 공학도의 가슴을 친다.

우치하시(내교극인)는 지난 20년간 연구실의 인간만을 주제로 소설을 써왔다. 대학과 기업의 컴컴한 연구실에 갇혔던 연구자. 그들이 대중의 영웅으로 떠오르게 된데는 우치하시의 몫이 크다. 장의 시대 라는 12권짜리 시리즈는 고군구투의 기술자로 가득하다. 신기술을 향한 연구자의 투혼,기술하나에 흥망을 거는 기업가 정신,그리고 기술에 제 값을 매길줄 아는 사회.

일본이 들려주는 교훈은 이런 기술 민족주의의 생존조건이다. 정치의 연단과 사이키델릭의 밤무대에서만 대중의 영웅이 탄생하는 곳. 그곳에는 기술민족주의 가 숨쉴 공기가 없다. <강천석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