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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파친코' 선자役 윤여정

"모든 장면이 감탄스러웠어요. 이 배우의 얼굴은 인간의 역사, 한국의 역사가 그려진 지도 같다고 생각했죠. 카메라 앞에서 매 순간 매료되고, 미스터리한 표정을 더 담고 싶어졌어요."

OTT '애플TV+'의 새 드라마 '파친코'의 공동 연출자인 한국계 미국인 코고나다 감독이 말했다. 배우 윤여정(74)이 감독의 팔을 장난스레 툭툭 치면서 영어로 말하며 웃었다. "내가 나이 들어서 그래, 오케이? 좀 오래 살았거든." 18일(한국 시각) '파친코'의 배우와 제작진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현지에서 따로 또 같이 한국 기자들을 온라인 인터뷰로 만났다.

'파친코'는 제작 기간 4년여에 총 8부 제작비가 약 1000억원으로 알려졌고, 할리우드 제작사가 한·영·일 3개 언어로 완성한 드라마.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던 윤여정의 복귀작이기도 하다. 부산 영도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나 강인한 생존력으로 가족을 이끌어간 여성 '선자'를 중심으로,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 말까지 여러 세대를 거치며 한국, 일본, 미국에서 펼쳐지는 고난의 세월을 다룬다. 윤여정은 노년의 선자 역. 그러고 보니 '미나리'에서 맡았던 할머니 역할은 '순자'였다. 시대·상황 다 다른 선자와 순자의 차이를 묻자, 윤여정은 "연기로 해야지 그걸 어떻게 말로 설명하느냐"며 또 웃었다. "보고 순자랑 똑같네, 그러면 난 그만둬야지 뭐. 다르게 봐주세요. 난 치매 올 때까지 계속 연기하려니까."

화려한 파친코 가게 안에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등장인물이 다 함께 춤추는 오프닝 장면이 화려하다. 캐나다 밴쿠버의 세트에 출연 배우가 다 모여, 이틀간 자기가 원하는 음악에 맞춰 마음껏 춤을 췄다. 제작진은 여기에 가족사진 등을 몽타주해 판타지 같은 시퀀스를 완성했다. 무명 한복을 입은 어린 선자(전유나)와 젊은 선자(김민하), 수수한 할머니가 된 선자(윤여정)와 흰색 정장에 중절모를 쓴 선자의 옛 연인 한수(이민호), 일본의 선자 가족들까지 함께 춤춘다. 윤여정은 "제작자가 나더러 춤을 추라길래 한참을 싸웠다"며 웃었다. "처음엔 '내가 일흔다섯인데 한 번도 남 앞에서 춤춘 적이 없다'고 버텼죠. 그런데 실제 결과물을 보니까 너무 좋은 거예요. 그날 바로 미안하다고 했어요. 역시 젊은 사람들 말을 들어야 돼, 하하."

여성 중심의 가족 서사라는 점에서 소설·드라마 '토지'에 견주는 시각도 있다. 윤여정은 "작품을 위해 재일 동포를 만나 얘기 들으며 많이 울었다"고 했다. "재일 동포 배우도 여럿 함께 촬영했는데 '자이니치(在日)'는 깔보는 말이 아니라고, 언어와 성씨를 지키며 살아온 자부심을 느끼는 호칭이라고 하던걸요. 그분들 국적도 없이 아무 데도 속하지 못한 채 설움 속에 살았던 세월을 생각하니 '내가 그걸 다 표현해야 되는데, 큰일 났네' 했어요. 몰랐던 걸 너무 많이 배웠어요."

윤여정은 이날 '선자'의 손자 역할을 맡은 한국계 미국인 배우 진 하와 따로 인터뷰도 진행했다. 진 하가 연기한 '솔로몬 백'은 일본에서 나고 자란 뒤 미국으로 건너가 성공한 인물. "한국어에 영어, 일본어도 도쿄와 오사카 사투리를 경우에 따라 다르게 말해야 했어요. 일본어 코치가 한글로 일본 말을 써주면, 그걸 영어 발음대로 옮겨 적고 리듬과 고저장단, 감정을 표시해 외웠죠." 곁에서 윤여정이 말했다. "난 오사카 사투리로 딱 한 번 찍는 데도 죽을 뻔했는데, 얘는 정말 대단하죠. 배우는요, 아티스트 그런 거 아니고 그냥 극한 직업이에요, 극한 직업."

애플TV+는 25일 '파친코' 1~3회를 공개한다. 이후 매주 1회씩 추가 공개할 예정이다. 기고자 :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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