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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캐치폴 지음 | 캐런 조지 그림 | 최지원 옮김 | 예림당 | 32쪽 | 1만3000원

놀이터에서 아이가 혼자 해적 놀이를 한다. 상어도 해적도 두렵지 않은 용감한 아이, 조. 그렇지만 처음 만나는 친구만은 두렵다. "어? 너 다리가 하나밖에 없네?" 아이들은 늘 조에게 왜 다리가 하나밖에 없는지부터 묻는다.

남과 다르다는 건 동정받을 일도, 비난당할 일도 아니다. 네모만 사는 세상에서 동그라미라도 만난 양, 궁금해하고 참견할 일도 아니다. 장애가 없는 사람을 '정상인'이 아니라 '비장애인'이라 부른 지도 오래다. 그러나 머리로는 그 의미를 선뜻 이해해도 막상 현실에서 대처하는 건 다른 문제. 격의 없는 호기심에서 나온 말이 큰 상처를 낼지도 모른다. 놀이터에 모여든 아이들은 조를 둘러싸고 묻는다. "다리가 뚝 떨어져 버린 거야?" "도둑이 훔쳐 갔나?" "사자 떼가 우르르 달려들었구나?" 그거 다 아니라고 고개를 젓던 조가 답답한 듯 '꽥' 소리를 지른다. "아니거든! 내 엉덩이 좀 그만 쳐다봐!"

어른이라고 크게 나을까. 사람들 사이를 갈라 놓는 건 눈에 보이는 장애뿐이 아니다. 성별, 국적, 피부색, 취향…. 너무 쉽게 내가 속한 세계를 정상으로 규정하고, '다를 가능성'을 낯설어한다. 오해가 쌓여 분노나 적개심으로 불붙기도 한다.

책 속 아이들은 지혜롭다. 짜증을 냈던 조가 혼자만의 해적 놀이를 다시 시작하자, 아이들이 다시 조용조용 다가간다. "저기 무시무시한 악어가 있는 거야?" "여긴 상어도 우글거리니까 조심해." 아이들은 "좋아, 나도 해적이다!" 외치며 즐겁게 어울린다. 그제야 모두가 행복해진다. 아이들은 이제 조의 다리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더 이상 궁금하지 않다.

딱딱한 말로 설교하는 대신, 부드러운 에너지와 유머로 자연스럽게 공감을 이끌어내는 책. 편안한 색감과 둥글둥글한 그림체로 그려낸 아이들 상상 속 세계를 들여다보다, 슬며시 애들을 따라 웃음 짓게 된다. 기고자 : 이태훈 기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012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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