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정치권·전문가들의 조언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당선과 함께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가 최대 이슈로 정국을 흔들고 있다. 18일 본지가 접촉한 정치권과 각계 전문가들은 이 문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서두르지 말고 치밀하게 준비해야"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본지 통화에서 "처음에 광화문으로 이전한다고 했다가 갑자기 국방부로 한다고 했다가 너무 서두른다는 느낌이 든다"며 "문재인 대통령도 하려다 못 한 것을 당선인이 하겠다는 것은 좋지만 차분하게 짚어가면서 해야 한다. (취임 날인) 5월 10일 일단 청와대에 들어간다고 해서 큰일 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승효상 건축가는 "집 하나 만드는 데도 몇 년이 걸리는데 청사 이전은 고려할 게 한둘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명박 정부의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통화에서 "용산은 국방부가 가진 인프라를 크게 손보지 않고도 들어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출퇴근길 교통 체증 등 시민이 불편을 겪을 문제에 대해 점검하고, 확실한 해결책을 갖추고 나서 추진하는 게 순서"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청와대 이전 문제를 다룰 별도 기구를 구성해 1년 정도 후 이전을 완료할 것을 제안했다. 임 전 실장은 "국민과 함께 민주적 절차를 밟아나가는 것이 좋다"며 "집무실 이전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지만, 코로나 방역 등 급하고 중요한 일부터 해야 한다"고 했다. 신경재 경북대 건축학과 교수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놓고 건축학적으로 분석해야 하는데 마냥 속도를 내는 것 같아 불안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장소 집착하지 마라, 소통이 중요"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통화에서 "청와대가 권위주의 상징성이 있으니 집무실을 옮긴다는 발상 자체는 찬성이지만 본질은 국민과의 소통"이라며 "광화문도 아니고 용산으로 가겠다는 건 파출소 피하려다 경찰서를 만난 격"이라고 했다. 문 전 의장은 "윤 당선인이 최근 걸으면서 시민을 만나고 점심을 먹는 모습이 훨씬 더 국민 소통에 가까운 길로 보인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특임장관을 지낸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대통령이 기존 체제 그대로 장소만 이전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했다. "'국민 소통'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얘기다. 승효상 건축가는 과거 인터뷰에서 청와대 이전 부지에 대해 "한강 변이라도 좋다. 용산공원이라도 좋고 갈 데는 굉장히 많다"고 했다.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명예이사장은 "물리적으로 시민과 가깝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며 "어떻게 대통령 비서실을 운영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공희 국민대 건축대학장은 "기존의 하드웨어(국방부·외교부 청사)에 새로운 소프트웨어(청와대 기능)를 넣는다고 하면 어딜 갖다 놔도 폐쇄성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경호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청와대 이전을 위해서는 '경호 패러다임'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있었다.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과거 김신조 청와대 습격, 육영수 여사 피격, 아웅산 사태 등을 거치면서 굉장히 강화된 경호 수칙이 지금까지 적용되고 있다"며 "이런 구시대적 경호 패러다임부터 바꿔야 한다"고 했다. "경호 수칙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면 청와대가 갈 곳은 많다"는 것이다.

이재오 상임고문도 "경호처부터 국민과의 소통 취지에 맞춰 소박하게 축소해야 한다"며 "이명박 대통령 재임 당시 내가 '경호처를 반으로 줄이자'고 했지만 경호처 저항이 심해 이뤄지지 못했다"고 했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부 교수는 1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청와대는 '경호실에서 디자인을 다 했구나' 그런 느낌이 들 정도"라며 "배치 상태가 소통이 될 수가 없는 구조"라고 했다.

[그래픽] 청와대 부지 이전에 대한 조언 기고자 : 김동하 기자 주희연 기자 김승현 기자
본문자수 : 1974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