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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업체들 무한변신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6위 업체 위메프는 지난 3일부터 자사 앱 메인 화면에 노란색 '쓱배송' 버튼을 집어넣었다. 버튼을 누르면 앱 내부 페이지가 아닌 신세계 계열의 쓱닷컴으로 연결된다. 이 버튼은 이달 말까지 메인 화면에 고정된다.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한 이커머스 업계에서 위메프가 자사 고객에게 경쟁사를 홍보하고 있는 셈이다. 위메프는 올해 1분기 중 위메프 검색 결과에 입점한 판매사 공식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링크도 노출할 계획이다. 소비자가 위메프 검색창에 '나이키'를 입력하면 검색 결과 최상단에 나이키 홈페이지의 상품·프로모션 정보가 나오고, 이를 클릭하면 나이키 쇼핑몰로 이동하는 식이다. 위메프는 이런 서비스에 판매 수수료나 광고료도 부과하지 않을 방침이다.

◇덩치 경쟁 아닌 재미 경쟁

위메프가 이처럼 '남 좋은 일'을 하는 이유는 이커머스 전용 검색 포털로 변신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사용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찾는 것처럼, 인터넷 쇼핑을 하고 싶으면 위메프에서 검색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위메프 관계자는 "과거에는 뛰어난 상품기획자(MD)의 역량이 이커머스 업계의 경쟁력이었지만, 이제는 어떤 사업 모델을 만드느냐가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가 네이버·쿠팡·쓱(SSG) 3강 체제로 굳어지면서, 후발 이커머스 업체들이 파격적인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커머스 3강은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인프라 구축과 마케팅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반면 위메프·11번가·티몬처럼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업체들은 검색포털·소셜미디어·마케팅 회사 등으로 변신하며 이커머스 백가쟁명 시대를 열고 있다.

시장 점유율 4위인 11번가는 쇼핑 소셜미디어로 전환하는 중이다. 11번가는 '꾹꾹' 탭에서 고객들의 동영상 리뷰를 인스타그램과 비슷한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매일 고객의 얼굴과 목소리가 담긴 2만 건의 동영상 리뷰가 올라온다. 11번가 관계자는 "동영상 리뷰 5건이 달린 상품의 페이지 뷰(PV)는 평균 7만 4000회로, 동영상 리뷰가 없는 페이지 PV의 10배"라고 했다. 11번가는 최근 '쇼핑 인플루언서' 키우기에도 나섰다. 지난 10일 고객들이 직접 쇼핑 팁을 글과 영상으로 공유하는 '팁콕' 서비스를 출시했는데, '커피머신 없이 캡슐커피 마시는 법''아이에게 유명 신발 한 달 신겨본 후기' 등 기발한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정 시간대 특가 상품 판매로 유명했던 티몬은 '마케팅 회사'로 변신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자사 플랫폼에 입점할 업체나 농가를 물색해 이들 상품의 홍보를 대행해주는 것이다. 티몬은 지난해 11월 유튜브 채널 '놈 스튜디오'를 개설하고 입점 업체들의 상품을 홍보하는 영상을 올리고 있다. 포항시·창원시·전라남도·제주도 등 지방정부와 판로 지원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올해부터 직원들이 지방 소도시에 머물며 상품을 발굴하고 홍보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티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싼 가격, 빠른 배송을 내세우는 기존의 유통 전략 대신 특화된 상품 출시와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했다.

◇버티면 역전 기회 온다는 기대 깔려

이커머스 업체들이 차별화에 나선 것은 네이버·쿠팡·쓱처럼 점유율이 높고 자금력이 풍부한 업체들의 방식을 그대로 따라해서는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 때문이다.

네이버·쿠팡·쓱은 시장 독식을 위해 막대한 돈을 물류 창구 확보와 배송망 구축에 쏟아붓고 있지만 여전히 수익성을 확보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후발 업체들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특화된 사업모델을 발굴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커머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틈새시장을 잘 공략하면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11번가는 2023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고 있고, 티몬도 IPO를 추진하고 있어 안정적인 수익모델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그래픽] 11번가·위메프·티몬의 차별화 전략 / 이커머스 기업별 점유율 기고자 : 이벌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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