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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때 8000억, 962억원으로 줄여… 국내외 23개 선사에 부과

공정거래위원회가 12개 국적선사와 11개 외국적선사에 총 962억원의 담합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18일 밝혔다. 한-동남아 수출입 항로에서 운임을 담합했다는 이유다. 과징금 규모는 당초 부과하려던 8000억원에서 크게 줄어든 것으로, 공정위는 "해운업 특수성을 고려했고, 수출 항로에 비해 수입 항로는 담합 성공률이 높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 주요 해운 단체들은 "해운업의 특수성을 고려했다면서도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공정위 용두사미 과징금, 8000억원→962억원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과징금 부과는 장기적인 선사 운임 담합을 최초 제재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다른 법에서 예외적으로 허용한 공동행위(담합)라도 내용·절차상 허용 범위를 넘어서는 행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을 엄정하게 집행하겠다는 걸 대내외적으로 알렸다는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의 말은 이 사건을 둘러싼 공정위와 해양수산부 간 의견 차이를 말한 것이다. 공정위 조사는 2018년 목재합판유통협회가 '국내외 선사의 운임 담합이 의심된다'고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협회 측은 이듬해 8월 "선사들과 합의하기로 했다"며 신고를 취소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조사를 계속해 지난해 5월 국내외 선사들에 8000억원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심사보고서를 보냈다.

해운 업체들은 반발했다. 글로벌 대형 선사들이 가격 경쟁으로 중소 선사를 도산시킨 뒤 운임을 대폭 올리는 방식으로 화주와 소비자들에게 해를 입히는 일이 늘어나자 1974년 유엔(UN) 정기선 헌장을 통해 해운 업계의 담합은 국제적으로 관행으로 인정받아왔다는 것이다. 한국도 1978년 해운법을 개정해 지금까지 40여 년간 이 방식대로 운항해왔다는 게 해운업계의 입장이다.

반면 공정위는 선사들의 공동행위는 해운법이 정한 요건하에서만 제한적으로 허용되지만 선사들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봤다. 해운법은 30일 이내에 공동행위를 해수부장관에게 신고해야 하는데, 120차례 합의를 해수부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수부는 "기본적으로 정한 범위 내에서 하는 수시 가격 조정은 신고할 필요가 없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결국 공정위는 전원회의에서 과징금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공정위 전원회의는 공정거래 사건의 1심 격이다. 기업들이 항소하면 2심은 고등법원으로 넘어간다.

◇"40년 정부 말대로 했는데 불법이라니"

해운 단체들은 "해양수산부의 지도·감독과 해운법에 근거해 지난 40여 년간 공동행위를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공정거래위원회는 불법 행위자로 낙인찍었다"며 행정소송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영무 한국해운협회 부회장은 "주관부처인 해수부의 감독에 따라 믿고 사업을 해왔는데, 뒤늦게 불법이라며 과징금을 부과하면 누가 마음 놓고 한국에서 사업을 하겠는가"라며 "어떻게 한 나라 정부에서 이렇게 다른 결정이 나올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국내 선사에 대한 역차별도 제기했다. 일본 선사에 대해서는 조사도 이뤄지지 않는 등 심각한 오류가 있다는 것이다. 해양·해운·항만·물류·조선산업 등 해양 관련 54개 회원 단체를 대표하는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도 "일본 정기 선사 3개사(NYK, K-LINE, MOL), 유럽 선사(CMA CGM, 하팍로이드 등) 등 20여 개 해외선사를 조사에서 누락하는 등 심사 보고서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운업계는 공정위와의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해양수산부로 감독권을 일원화하는 해운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빨리 통과돼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현재 해운법 개정안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법안소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다. 기고자 : 신은진 기자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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