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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본색' 때 그의 나이 31살이었다. 올해 54세가 된 그는 일본 만화 원작과 중국계 감독, 미국 자본으로 이뤄진 영화 주인공이 됐다. 1981년 홍콩 액션영화 '순성마(巡城馬)' 촬영차 한국에 처음 왔었다는 그는 "한국의 겉모습은 완전히 달라졌지만 김치찌개 맛과 사람들의 열정은 그대로"라고 말했다. 18일 신라호텔 기자회견을 마친 뒤 그와 따로 만나 인터뷰했다.
―1981년이 첫 방한이었다고요? 70년대 한국 영화에 단역으로 나왔다는 소문이 있습니다만.
"(잠깐 생각하다가) 그럴 리 없어요. 한국과 홍콩 자본이 결합한 영화일 수는 있지만. 한국과 처음 작업한 건 '밀키스' 광고였지요."
―'드래곤볼'에서 당신의 역할은 코믹한 무예 스승이지요. 한국 팬들에겐 좀 낯선 모습입니다.
"나는 절대로 이런 캐릭터를 생각하지 않았어요. 감독이 원작과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 놓고 도와달라고 했죠. 그렇지만 이런 역할도 아주 재미있습니다. 나는 사실 80년대 초에 홍콩에서 코믹한 역할을 무척 많이 했어요. 아주 괴짜 영화들이었죠."
이날 기자회견에서 주윤발은 "이 영화에 출연키로 결정한 것은 내 아내"라며 "그때 아내는 유명한 핸드백을 사고 싶어했다"고 농담했다.
―부인에 대해 좀 더 말씀해 주시죠.
"아내는 나의 매니저이고 멘토이며 용돈을 주는 사람이죠. 나는 늘 아내와 함께 다니고 아내에 대해 농담을 합니다.(인터뷰 뒷자리에 있는 부인을 가리키며) 저기 있네요. 저의 신용카드가."
―할리우드에선 국적과 인종이 다른 사람들과 작업할 텐데, 일하면서 지키는 원칙 같은 것이 있습니까.
"우리는 모두 프로페셔널이죠. 피부색과 나라, 언어는 따지지 않아요. 할리우드에는 인종(race)이 없어요."
―함께 출연한 한국 배우 박준형(그룹 god 출신)씨가 "매우 겸손한 분"이라고 하던데요.
"나는 박준형씨를 존중합니다. 영화 경력은 짧지만 한국의 빅 스타죠. 중견배우와 신인배우의 관계는 처음이 중요해요. 그가 나를 큰형님(big brother)으로 생각하면 어려워져요. 내가 먼저 다가가야 하죠. 이것은 공자(孔子)의 사상이에요. 겸손(being humble)은 특히 세계 인종들이 뒤섞인 미국에서 매우 중요한 자세입니다."
―'겸손'이 삶의 제1원칙인가요.
"물론이죠. 우주에 비하면 우리는 한 줌 먼지예요. 겸손한 게 항상 나에게 유리합니다. 물론 말하긴 쉽고 행동하긴 어렵지만요."
―죽을 때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했었지요.
"제가 번 돈 한푼까지 모두 사회로부터 받은 것입니다. 신이 나에게 준 건 돈이 아니라 금고 열쇠일 뿐이에요. 죽은 뒤에도 그 돈을 내 금고에 넣어둘 수는 없어요. 목이 마르면 물 한병이면 족해요. 많은 물병을 지고 다녀봐야 무거울 뿐이죠."
―오우삼 감독의 '적벽대전'을 포기하고 '황시'에 출연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건 ('황시'를 연출한) 로저 스포티스우드 감독과의 약속 때문이었어요. 그의 영화에 출연하기로 오래전에 약속했거든요. 그는 나의 약속을 믿고 7년 동안이나 제작비를 모았어요. 그것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약속의 문제였어요. 품위(dignity)와 성실(honesty)의 문제였죠. 물론 좋은 영화이기도 했어요."
―'영웅본색'이 최근 한국에서 재개봉돼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영화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갖습니까.
"'영웅본색'은 나에게 인기와 명성과 돈을 모두 가져다줬죠. 그 영화 이전에 15년 이상 TV 연기를 했는데, '영웅본색'으로 내 연기 인생이 크게 확장됐어요. 그때 오우삼 감독은 열정과 좌절을 함께 겪고 있었죠. 그의 영혼에도 혈관에도 좌절이 가득했어요. 그는 나를 통해서 그 좌절과 열정을 밖으로 드러냈어요. 그걸 내 연기로 도와줬기 때문에 늘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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