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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불황에 무리한 기업확장,만성적인 자금부족까지 겹치면 도산은 피할 길이 없다. 부도 직전에는 매출이 부진해지고 현금흐름의 경색이 나타나지만,기업부실의 징후를 알려주는 일관된 지표는 없다. 한국신용평가(주)가 지난해 급증한 부도업체들의 부도원인과 재무상의 특성을 분석한 후 내린 결론이다.

한신평측은 "지난해의 부도속출은 전환기에 나타나는 산업구조 조정국면의 한 측면이지만,89년이후 후퇴기에 들어선 국내 경제상황과 바닥권의 선진국 경제가 이를 증폭시켰다"면서 "국내기업 스스로도 조급한 경영으로 부도를 자초한 점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의 부도업체들을 부도원인별로 나누면 크게 네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첫번째 a유형은 기업이 시설투자로 신제품개발에 착수했으나 제품개발에 실패한 경우이다. (주)미우와 아남정밀이 전형적인 업체들이다.

이런 회사들은 창고에 쌓이는 재고를 줄이기 위해 파격적인 조건으로 물건을 내다팔면 결국 외상매출금만 누적돼 자금부담이 늘어나고,당초 확장해 놓았던 시설도 자금부담으로 작용한다.

두번째 b유형은 경기 불황으로 판매여건이 악회된 경우이다. (주)청성과 (주)선영같은 중소형 수출업체들의 부도사례는 여기에 속한다.

경기불황으로 쌓이는 재고를 덤핑으로 팔다보니 자금부담이 늘어나는 데다,거래처로부터의 채권도 회수되지 않아 자금이 점점 막힌다. 자금경색은 임금체불을 낳고,직원들의 사기는 날로 저하되고 생산성도 떨어진다.

세번째 c유형은 만성적인 자금난과 자금부족에 시달리는 기업의 경우이다. 일신산업의 부도가 이 유형에 해당한다.

장기시설자금은 물론,단기운용자금까지 과도하게 타인자본에 의존한 나머지 사소한 시중자금사정의 변화에도 흔들리기 쉽다. 또 운영자금을 대는 데 급급하다보면 시설은 점점 노후화되어 간다. 거래처의 주문량이 감소하는 것을 느낄 때면 제품의 불량률은 이미 높아진 상태이다.

네번째 d유형은 거래기업의 도산이나 부실기업의 인수로 연쇄도산하는 경우이다. 동양시스템 고려시스템 한음파 등은 이러한 원인으로 무너진 케이스이다.

거래 관련회사가 문제가 생겨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거나 계열기업에 채무보증을 섰다가 부실이 감염 되는 수도 있다. 부실기업을 인수해 채무를 상환해주고 정상화를 위한 자금을 공급했으나 밑빠진 독에 물붓기격 일 때도 발생한다.

외국의 경우 부도기업은 부도발생 2~3년 전부터 전체 자산중에서 현금화가 가능한 비율을 뜻하는 유동성비율이 크게 하락한다. 뚜렷한 영업확장이 없는데도 장기부채가 늘어나며,금융비용도 올라간다.

매출원가나 일반관리비가 덩달아 뛰고,수익성의 급락이나 갑작스런 결손의 등장은 부도의 마지막 징후로 볼수 있다.

우리의 경우도 여러형태의 부도징후는 있지만 모든 부도기업에 공통적으로 사전 예고해주는 재무지표는 없는 것으로 한신평측은 분석했다. 다만 매출부진으로 활동성이나 현금흐름이 악화되는 정도가 비교적 부실의 징후를 잘 알려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강효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