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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등 경제5단체가 현대그룹의 국민당 총선활동 지원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은 현대그룹의 정치참여에 대한 재계의 첫 공식반응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경제 5단체 회장의 공동명의로 발표된 이 성명은 현대그룹 계열사의 많은 인력과 장비,시설이 국민당의 총선활동에 사용되어 기업과 정치가 혼동되고 있는 현실을 보고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이 저해될 것을 우려한다는 입장을 공식표명하고 있다.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5단체의 이러한 우려는 정경혼재가 정치발전은 물론,경제와 산업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서 이해되며,정경분리를 요구하는 당위적 논리에도 맞는 입장표명으로 우리는 이해한다. 선거일이 임박해지면서 현대그룹의 상당한 인력과 조직이 국민당의 선거운동 지원에 나서고 있음을 이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 심지어 최근들어 현대그룹이 금융외압설로 시달리자 국민당이 위험하면 현대그룹도 위험하다는 위기의식까지 겹쳐 임직원들이 자발적인 지원도 마다하지 않는 분위기로 바뀐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대그룹의 국민당 지원활동이 경제5단체의 지적대로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는 위험수위에까지 이르렀는지는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미 국민당 지원활동이 정상적인 기업활동에 상당한 지장을 주고 있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기업의 자금과 인력이 기업경영과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어 기업이 부실화될 경우 국민 모두가 피해를 입게 된다는 재계의 주장에 주목한다. 현대그룹과 국민당이 지금부터라도 현대의 인력과 자금을 정치영역에 끌어들이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경제5단체의 성명에 대해 국민당과 현대그룹이 정부의 압력에 의한 것으로 사실을 왜곡했다고 나선 사실에 우리는 역시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아무리 사실을 사실대로 지적한 것이라도 그것이 만약 외압에 의한 것이라면 그 순수성과 설득력은 약해지거나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것은 과거 관변단체들이 일시에 정권옹호 성명을 발표해서 신문에 광고한 전례를 보면 알 것이다. 국민당과 현대그룹의 주장대로 경제5단체의 성명이 정부의 지시에 의해 사실을 왜곡해서 발표됐는지는 물증적으로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정황을 미루어 경제5단체의 전적인 자발성에 의한 것은 아니라는 석연찮은 측면이 없지 않다. 국민당의 주장대로 당국의 지시로 경제5단체의 성명이 발표됐다면 재계의 순수한 우려와 걱정이 오히려 희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당국의 단견은 지적받아 마땅하다. 당국의 정도를 넘어선 간여는 자칫 재계의 분란과 대리전 확산이라는 더 큰 불행을 초래하는 우를 범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경제5단체와 현대그룹이 성명에서 꼭같이 정경분리 원칙을 지키자고 주장하고 나선데 주목하고 있다. 국민이 재계와 현대그룹,국민당에 바라는 것이 바로,기업은 국민경제 발전에만 전념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