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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대는 어떻게 살림살이를 꾸려나가고 있을까. 서울공대인들이 말끝마다 만악의 근원 이라고 하소연하는 재정의 실상은 어떤 것일까. 그 현실을 들여다보면 무턱대고 서울공대만 나무랄 수도 없다. 딱한 노릇이다.

89년도 서울대 총예산이 8백억원,고정 시설비까지 포함한 액수다. 학생 1인당으로 환산하면 4천20여달러. 공대는 여기에 외부와의 연구계약액,차관에의 한 시설도입비까지 합쳐 6천5백20여달러. 그러나 80% 이상이 인건비,고정시설 관리비로 들어간다. 이런 경직성 경비를 빼고나면 쥐꼬리만한 돈만 남는다. 그 지표가 재료 및 자산취득비-수용비 및 수수료-시설장비 유지비 등의 국고지원예산이다.

그 국고지원마저 둘쭉날쭉하고 있다. 88년 6억4천7백20만원에서 89년 4억8천8백만원으로,91년엔 4억3천5백20만원으로 감소일로를 걷고 있다. 인건비를 제외한 서울대 전체예산대비 공대예산도 88년 1.3%,89년 1.5%,90년 1.6%로 올라가다가 91년엔 1.2%로 곤두박질했다. 서울공대 예산을 포항공대와 재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정시설비와 인건비 등이 전체예산의 구조아래 잡혀있기 때문이다.

선진 외국 공과대학과의 비교도 어렵다. 다만 작년 우리나라 4년제대학(주로 23개 국립대학) 전체에 대한 정부지원금이 4천3백60억원과 mit 1년예산 4천5백억원,동경대 7천1백50억원을 견주어 보면 초라한 우리현실을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서울공대가 안고 있는 더큰 문제는 실험실습장비 구입비의 상당부분을 의존하는 차관도입의 경직성이다. 적은 돈이나마 융통성있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공대 금속공학과 이후철교수는 지난달 24일 오후6시부터 11시까지 인천의 어느 화학회사 연구소에서 분석투과 전자현미경을 이용한 실험을 하고 돌아왔다. 그 회사에 있는 제자에게 부탁해 다른 연구원들이 퇴근한 뒤 실험을 해야 했다.

금속공학과에도 투과전자현미경이 있기는 있다. 82년 ibrd 차관으로 사들인 1억5천만원짜리 투과 전자현미경이다. 그러나 들여올 때부터 낡은 장비다. 신청한지 3년이 지나 장비가 들어왔을 때는 이미 분석기능까지 갖춘,훨씬 성능좋은 분석투과전자 현미경이 나와 있었던 것이다. 차관으로 사는 것은 신청한대로만 사야한다.

첨단장비가 새로 나와도 바랄수가 없다. 배정된 차관을 안쓰면 언제 다시 혜택이 돌아올지 모르니 낡은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구입해야 했다. 이것이 서울공대 교수들과 대학원생들이 분석투과 전자현미경을 찾아 이곳저곳 기웃거려야하는 기막힌 사연이다.

남의돈을 꿔오다보니 과정도 엄청나게 복잡하다.

7차 ibrd 차관사업이 추진된 것은 89년 5월. 교육부에서 차관사업 추진자문회의가 열릴 때부터였다. 서울공대도 과별,교수-대학원생별로 장비구입 신청을 받아 차관자금 사업신청서와 구매요청서를 교육부에 제출했다. 당시 공대가 작성한 서류만 4천~5천여장 분량. 연구계획서,연도별 연구비 집행계획서,연구인원 및 명단,도입품목의 제원,연구에 쓰이는 시약,소모품 내역 .

교육부 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2백20만8천달러를 배정받은 것이 91년 2월. 요청서를 낸지 5개월만이다. 요청한데서 80만달러가 싹둑 깎인 액수다. 액수에 맞춰 사업계획서를 다시 만들고 차관사업관계자회의,사업품목심의를 거쳐 품목명세서와 영문규격서 등을 갖춘 구매요청서를 다시 작성,제출했다.

이 과정을 거쳐 구입이 확정된 품목이 조달청 심사에 들어간 것이 11월. 공고나갈 품목의 규격검토 등 실무작업을 거쳐 그해 12월 88개 품목에 대해 입찰공고를 했다. 낙찰된 장비는 4월쯤 계약을 한뒤 올해 말부터 들어온다. 서울공대의 2천5백50만달러어치의 장비는 대부분 그런 차관으로 구입한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여건만 탓할수는 없다. 대학이,교수가 외부의 시선을 빨아들일만한 실적을 우선 내놓아야한다. 실적도 없이 손만 내밀어서는 정말 곤란하다. 1년이 멀다하고 새기술이 쏟아져나오는 세상이다. <이용연 사회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