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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재산 형성 촉진·자본시장 키우기 '두 마리 토끼 잡기'

정부는 17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민생 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에서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의 납입 한도와 비과세 한도를 대폭 높이겠다고 했다. ISA는 연금저축, IRP(개인형퇴직연금)와 함께 3대 절세(節稅) 계좌로 꼽히는 금융 상품이다. 정부가 이런 방안을 마련한 것은 '국민 재산 형성 촉진'과 '자본시장 키우기'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다.

지난 2016년 출시된 ISA는 절세용 계좌다. 이 계좌에 예금과 적금뿐만 아니라 주식, 채권, ETF(상장지수펀드), ELS(주가연계증권) 등 다양한 금융 투자 상품을 담아 굴리면 비과세나 분리 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비과세는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이고, 분리과세는 금융 소득을 종합소득에 포함하지 않고 따로 떼어내 낮은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는 것이다.

제도 시행 이후 현재까지 488만여 명이 가입해 23조원가량이 투자돼 있다. 하지만 가입 한도가 연 2000만원에 머물렀고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들은 아예 가입할 수 없었다. 계좌 출시 8년여 만에 17일 정부가 혜택 폭을 크게 확대한 '신(新)ISA'를 내놓겠다고 하면서 국민의 잠든 돈이 금융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올지 주목된다.

◇일반 개미·왕개미 모두… ISA로 투자하면 세제 혜택

ISA 납입 한도는 연 2000만원에서 연 4000만원으로 늘어나고, 비과세 한도도 일반 과세 대상자는 연 200만원에서 연 500만원으로 확대된다. 이렇게 되면 ISA 계좌에 가입한 사람과 그러지 않은 사람의 세금 혜택 차이는 더 벌어진다.

연 4% 이자를 주는 예금 또는 연 4% 배당을 주는 주식을 매년 4000만원씩 한도를 꽉 채워 ISA 계좌에 3년간 넣었다고 가정하면, 3년간 총 내야 하는 세금은 48만원 남짓이다. ISA를 이용하지 않고 같은 예금에 3년간 같은 금액을 넣었을 경우 내야 하는 세금인 152만원과 비교하면 104만원가량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셈이다.

연간 금융 소득이 2000만원 이상인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는 이번에 신설된 '국내 투자형' ISA의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미국 주식 등 해외로 눈을 돌린 자산가들을 국내 주식시장으로 끌어오려는 '당근'이다.

왕개미들이 실제 국내 투자형 ISA를 통해 국내 주식을 사면 얼마나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삼성증권에 의뢰해 금융 소득 10억원을 초과해 최고 세율(49.5%)을 적용받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가 국내 투자형 ISA를 통해 국내 주식에 투자할 경우 받을 수 있는 세금 혜택을 추정해 봤다. 확대되는 ISA의 연간 납입 한도인 4000만원을 꽉 채워 5년간 2억원을 연평균 5% 배당을 주는 국내 주식에 전액 투자한다면, ISA에 가입했을 때 세금은 462만원으로 계산됐다, 가입하지 않을 때의 세금 1303만원에 비해 841만원가량 절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ISA 효과 본 일본처럼… "K주식시장 띄우자"

한국형 ISA의 모델이 된 일본의 NISA(소액투자 비과세 제도) 역시 올해부터 상품 구조를 단순화하고 절세 혜택을 대폭 늘린 신(新) NISA로 탈바꿈했다. 일본 정부는 NISA 도입 이후 10년이 지난 올해부터 총 투자 한도를 종전 최대 800만엔에서 1800만엔(약 1억6300만원)으로 대폭 늘리고, 비과세 적용 기간도 최대 20년에서 무기한으로 풀었다.

일본 기시다 정부는 신 NISA를 발판으로 국민 자산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자산 소득 배증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신 NISA 효과로 연간 2조엔(약 18조원)이 일본 주식시장에 투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미국에는 401K 같은 퇴직연금에서 주식시장으로 꾸준히 자금이 들어가고, 최근 주가 상승세를 탄 일본도 NISA의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우리도 ISA가 활성화되면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더 흘러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ISA를 통해 이자·배당소득세를 줄여주는 한편, 일종의 양도세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예정대로 백지화하고 증권거래세 역시 올해 0.18%에서 내년 0.15%로 추가 인하할 계획이다. 이로써 주식에 투자할 때 걷어가는 세금 3종(거래세, 양도세, 배당소득세)을 모두 낮추게 된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국내 투자형 ISA를 도입하고 금투세를 폐지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은 중·장기적으로 계속 상승할 수 있는 자본시장을 만들어 국민의 자산 형성 기회를 더 늘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 늘어나는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납입·비과세 한도 기고자 : 김은정 기자 안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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