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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韓日 외교장관 회담… 징용문제도 의견 나눌듯

박진 외교부 장관이 18일 도쿄를 방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과 징용 피해자 문제를 포함한 양국 간 현안을 논의한다. 우리나라 외교부 장관이 양자회담 차원에서 일본을 방문하는 것은 2017년 12월 강경화 당시 장관의 방일 이후 4년 7개월 만이다. 박 장관이 방일 기간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 윤석열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는 최근 선거 유세 중 피격 사망한 아베 신조 전 총리에 대해선 조의를 표할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엔 한일 외교장관 회담은 사실상 금기어에 속하다시피 했다. 한일 정부가 서로를 불신, 진지한 대화를 하려는 노력조차 서로 하지 않았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일본의 정계, 재계 고위 인사들을 만날 때마다 "한일 관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발신하며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2015년 당시 일본 외무상으로 한일 위안부 합의를 만든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한일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번 회담에서 한일 외교 수장은 징용, 위안부 문제와 연결된 일본의 대한 수출 규제 외에도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시험을 통한 도발, 무비자 입국 부활 등 양국 현안 전반에 대해 포괄적으로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일본이 2019년 일방적으로 불화수소 등 반도체 소재 3종의 한국 수출을 금지한 규제를 신속하게 철회시키는 데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박 장관의 방일이 역대 최악의 한일 관계를 푸는 실마리가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지만, 일본 측은 여전히 '징용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한국이 제시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본 기업의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가 다른 논의를 모두 집어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는 징용공 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서 모두 해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한국 측에 조기 해결을 요청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최근 한국에서 민관 합동 협의회가 열렸지만, 일부 당사자가 불참을 선언해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며 "이르면 연내에 일본 기업의 자산을 매각해 배상에 충당하는 '현금화'가 진행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18일 회담에서 박 장관이 일본의 입장을 배려해 징용 문제 해결을 위한 민관 협의회 진행 등 한국의 노력을 설명하고, 한국이 양국 간 '1965년 조약'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한일 관계 전문가 A씨는 "한국 내 여론이 아직 수렴되지 않았고, 민관 협의회의 결론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외교부 장관이 일본 측에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두 장관은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오는 9월 아베 전 총리 장례식을 계기로 회담을 갖는 방안도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측은 가급적 이른 시간에 한일 정상회담을 갖기를 선호하지만, 일본 측은 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일본이 대중 전선을 굳건하게 하려는 미국의 '압력'을 의식, 이번 회담에서 더 이상 양국 관계가 악화하는 것을 막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은 16일 일본 신문 기고에서 "미군 책임자들은 한일이 협력 관계를 구축하지 못하는 데 화가 나 있다"고 했다. 그의 지적대로 바이든 미 행정부는 한일 양국이 과거사 문제로 관계가 악화한 것에 대해서 큰 불만을 갖고 있으며 하루속히 최근의 사태가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다.

일본의 히라이와 ?지 난잔대 교수는 "합리적인 정치인인 하야시 외무상이 일방적으로 한국 측에 무례를 범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철희 서울대 교수는 "우리 국민의 눈높이에는 맞지 않을지 모르지만 어느 정도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고자 : 도쿄=성호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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