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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작가 천명관, 영화감독 데뷔

충무로에 '1964년생 신인'이 등장했다. 이름은 천명관<작은 사진>. 문학동네 소설상을 받은 작품 '고래'의 작가로 유명한 이 괴력의 이야기꾼이 노트북을 덮고 메가폰을 잡았다. 23일 개봉하는 영화 '뜨거운 피'는 천명관의 감독 데뷔작이다. 소설로만 가두기엔 기운이 뻗쳤던 것일까. 17일 화상으로 만난 그는 "충무로 입봉으로는 기록적인 나이"라며 "데뷔작이 곧 은퇴작이 되는 감독은 되지 않겠다"고 말했다.

1993년 부산 변두리 작은 포구 구암. 이곳을 지배하는 손 영감(김갑수) 밑에서 수족으로 일해온 희수(정우)는 마흔 살까지 무엇 하나 이룬 것 없이 반복되는 건달 짓이 지긋지긋하다. 희수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할 때 철진(지승현) 등 영도파가 접근하며 치열한 생존 다툼이 벌어진다.

'뜨거운 피'는 "구암의 건달들은 아무도 양복을 입지 않는다"로 시작하는 김언수 소설이 원작이다. 천명관은 부산 출신 김언수에게 '뜨거운 피'의 씨앗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듣고 소설 집필을 권유했다고 한다. 김언수는 탈고 후 영화화 작업이 시작될 무렵 천명관에게 연출을 부탁했다. "소설을 한달음에 읽었어요. 흥분되고 나를 끓어오르게 하는 뭔가가 있었습니다. 남 주기는 아까웠지요(웃음)."

주인공이 뭔가를 멋지게 성공시키는 이야기에는 별 관심이 없다고 그는 말했다. 이 영화에서 희수는 구원을 꿈꾸지만 결국 구원받지 못한다. 천명관은 "보통 조폭 영화는 건달들이 검은 양복 입고 칼을 들고 몰려다니는 모습이 담기는데, 그런 영화를 볼 때마다 공허함을 느꼈다"며 "영화 '뜨거운 피'에 나오는 건달은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고 우리와 같은 동기를 갖고 있다.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고 왕이 되는 그리스 비극과도 닮은 매력적 누아르"라고 했다.

천명관은 정말 사랑하고 잘하고 싶었던 건 당구·기타·영화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하하. 공교롭게도 잘하고 싶었던 건 이상하게 잘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더 집착이 생기나 봐요. 한 번도 안 써본 소설을 쓰면서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듯이, 막상 영화를 만들다 보니 '내가 아는 게 하나도 없구나' 싶을 만큼 낯설고 당황스러웠어요."

소설이나 영화나 이야기지만 차이가 있다. "상업 영화는 두 시간이라는 물리적 제약이 있습니다. 또 자본이 많이 드는데 가령 100억원을 들인다면 적어도 200만명이 공감할 만하게 만들어야 해요. 영화를 하다 소설을 쓰니까 그렇게 편할 수가 없어요. 영화는 참견하는 사람이 많고 스트레스도 받지만 제약을 뚫고 내가 하고 싶은 걸 구현할 땐 아슬아슬한 쾌감을 느낍니다. 벌써 두 번째 영화 시나리오를 거의 다 썼어요."

천명관의 인생은 파란만장하다. 20대에는 골프채와 보험을 팔았고, 30대에는 영화 '총잡이'(1995) '북경반점'(1999) 같은 시나리오를 썼으며, 40대 이후에는 소설가, 그리고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감독으로 데뷔한 것이다. 그는 "젊은 시절 영화감독을 꿈꿨는데 마흔 살에 다 포기하고 영화판을 떠날 땐 신용 불량자였다"며 "만약 그때 감독이 됐다면 조폭 코미디 한 편 만들고 사라지지 않았을까. 멀리 길을 돌아왔지만 오래 살아남는 놈이 결국 이기는 기다!"라고 외쳤다, 기고자 : 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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