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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푸틴에 대해 최고 수위 표현… ICC도 전범 혐의 증거수집 착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처음으로 '전범(war criminal)'이라고 지칭했다. 그간 미 행정부와 백악관은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겨냥한 러시아군의 무차별 공격에도 '전쟁 범죄 행위'라고 규정하는 데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용납할 수 없고, 용서할 수도 없는 수사"라며 반발했다.

AP통신은 "우크라이나 침공 후 미 당국자가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의 행동에 대해 내놓은 가장 강력한 규탄"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2일 바이든 대통령은 전범 규정에 대한 질문을 받고 "말하기 이르다"고 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전범) 발언은 자명하다. 그는 진심으로 얘기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정부 차원에서) 푸틴 대통령을 '전범'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국무부가 법적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최근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시민 수백 명이 대피한 극장이나 '어린이'라는 표시를 해놓은 민간인 대피소에 폭탄을 투하하고, 빵을 배급받으려 줄을 서 기다리던 민간인에게 총격을 가해 사상자를 냈다.

유엔 최고 법정인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이날 러시아에 군사 작전을 즉각 중단할 것을 명령하는 임시 결정을 내렸다. 지난달 27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제소한 데 따른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설립된 ICJ는 국가 간 분쟁에 대해 판결하며, 긴급 상황에서는 전범 행위 본안 판단에 앞서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임시 조치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러시아가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ICJ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강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면 ICJ 명령을 강제할 수단이 없다.

이와 별개로 국제형사재판소(ICC)도 러시아군의 전범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증거 수집에 착수한 상태다. ICC는 전쟁 범죄를 주도한 개인을 해당 국가가 기소할 수 없을 때 이에 대한 수사와 재판을 진행한다. 카림 칸 검사장은 지난 2일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저질러진 전쟁 범죄, 인도(주의)에 반하는 죄, 집단 학살에 대한 현재와 과거의 모든 주장에 대한 조사를 망라한다"고 했다. 기고자 :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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