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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전담 병원으로 못 옮겨… 음압시설도 없는데 자체 치료

"국가와 지자체, 보건소 모두 방역을 포기한 상태입니다. 요양병원은 자체적으로 환자를 케어하라는 통보까지 받은 상태입니다." 지난 5일 서울 영등포구 한 요양병원은 이 같은 문자를 환자 보호자들에게 보냈다. "본 병원은 (지침에 따라) 자체적인 대응 체제로 전환할 예정이지만, 간병인과 병실 문제 등으로 빠른 대응이 어렵다"는 문구와 함께였다.

코로나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취약층인 고령자가 모여 있는 요양병원이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코로나 3차 대유행이 한창이던 2020년 말, 델타 변이로 확진자가 급증했던 지난해 12월에 이어 세 번째 악몽이 덮친 셈이다.

17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한 달(2월 3주~3월 2주) 요양병원·요양시설 확진자 수는 16만1500여 명이었다. 요양병원들은 "환자뿐 아니라 직원들도 확진되기 시작해 3교대 근무하던 이들을 2교대 세우기 시작했다" "음압시설도, 방호복도 갖춰져 있지 않은데 원내에서 직접 치료해야 하는 코로나 환자가 늘었다"면서 아우성이다. 전남 지역 A요양병원 원장은 "요양병원에서 자체 치료를 하다 그대로 임종을 맞는 환자들도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사망자 429명 중 148명이 요양병원·요양원 환자다. 전체 3분의 1이 넘는다. 확진자가 늘수록 면역력이 떨어지는 고령층 사망자가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요양병원에서 '오미크론발 집단감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지난 2월 중순부터. 3월 초순엔 전국으로 확산됐다. A병원 원장은 "3월 2일부터 노인 병동은 한꺼번에 20명씩 확진되기 시작했고, 직원도 100명 가까이 확진됐다"고 말했다. 경기 의정부 B요양병원 원장은 "확산세가 무섭다 보니 직원들 간 원내 감염도 잦고, 돌파 감염에 재차 감염도 많아졌다"고 했다.

요양병원에선 코로나 확진자 가운데 중등증 환자들은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전담 요양병원에도 병상이 차기 시작하면서 전원이 힘들어졌다.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인천 C요양병원 실장은 "원내 확진되는 간병인·간호사도 늘면서 남아있는 이들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D요양병원 이사장은 "뿌옇게 앞을 가리는 페이스 실드(안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일주일에 4~5번씩 검사를 받는다고 코를 쑤셔가며 사명감 하나로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요양병원은 노인 환자를 돌보는 데 치중하지만 치료 역량은 일반 병원보다 훨씬 떨어진다. 적절한 치료를 못 받아 사망할 가능성이 큰 환자가 많다. 요양병원협회 관계자는 "확진됐다는 소식을 전하면 보호자들은 몇 번이고 '치료 잘 부탁한다'고 말한다"고 했다.

당국은 이날 요양병원은 먹는 코로나 치료제의 조속한 처방을 위해 원내·외에서 모두 처방할 수 있도록 지침을 변경했다. 거점 전담 병원을 통해 치료제를 받는 방식과 인근 약국에서 곧바로 처방받는 방식 둘 다 가능해졌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치료제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확진 환자의 약을 신청하면 나흘 뒤에야 공급받을 수 있다" "보건소에 연결이 잘 안 돼 상비약으로 진해거담제(기침약)를 썼다"는 말도 나온다. 기고자 : 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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