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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패스'의 오해와 오용을 지켜보며 작명한 사람으로서 답답함을 금할 길 없다. 서구 선진국들이 백신 접종을 방역 면제용 마패나 훈장처럼 대접하는 '백신 패스'의 비민주성을 뛰어넘기 위해 내가 만들어낸 개념이다. 2021년 11월 9일 이 칼럼에서 나름 상세히 설명했건만, "방역 패스는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과도한 차별"이라는 법원 결정문과 '방역 패스 이름부터 잘못'이라는 기사를 보며 좌절감마저 든다.

"기저 질환이 있어 백신을 못 맞는다"거나 "부작용이 두려워 안 맞겠다"는 국민이라도 국가가 강제로 접종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민주 시민으로서 방역 의무 자체를 거부할 수는 없다. 백신을 맞을 수 없거나 맞기 싫으면 적어도 음성 확인이라도 받는 수고를 하고 사람들 곁에 나타나야 한다. 자신을 보호하기보다 남에게 바이러스를 옮기지 않으려고 성실히 마스크를 쓰고 사는 우리가 아니던가.

나는 방역 패스를 줄여 '방패(防牌)'라 부르자고 제안했다. 방패는 접종 확인서와 음성 확인서 외에도 완치 확인서와 동선 확인서 등 다양하다. 최근 내가 동선 확인서를 제안하자 개인 정보 유출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서울대 천정희 교수가 개발한 앱 '코동이'는 확진자 동선에 내 동선을 비교해 "안전하게 지내셨어요"라는 답만 준다. 금융 거래를 보호하는 동형 암호를 사용해 개인 정보는 철저히 보호된다.

정부가 강제하는 백신 패스와 달리 방역 패스는 국민 스스로 자신의 안전을 확인하며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개념이다. 접종 거부는 그렇다 치더라도 다른 간편한 방패라도 소지하는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겠다는 소수를 위해 온갖 불편과 손해를 감수하며 성실히 방역 의무를 다하는 다수가 왜 양보해야 하는가? 국민 모두가 방패를 들면 소상공인을 옥죄는 시간 및 인원 제한을 단번에 풀 수 있다. 백신 패스는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차별일지 모르지만 방역 패스는 민주 시민의 책임이자 의무다. 기고자 :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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