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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의 열기속에서 경쟁력을 잃은 한계기업들이 3월중에 무더기로 쓰러지고 있다. 한계업종 기업들의 매출부진이 누적되고 기업발행 어음의 만기가 이달들어 집중되고 있어 서울지역에서만 지난 2일 30개 업체가 부도를 내는 등 하루평균 약 10개업체가 부도를 내고 있다. 또 총선에 대비한 통화관리 강화에다 논노사태 까지 겹쳐 금융기관들의 창구가 극도로 얼어 붙으면서 중소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악순환을 맞고있다.

금융사정 완전경색

서울지역에서 지난 1월과 2월중 부도를 낸 업체는 각각 2백68개와 2백26개에 달해 지난해에 비해 두배이상 늘어났다. 또 3월들어 지난 15일까지도 1백30개 업체가 부도를 내 전년동기의 69개 업체와 큰 대조를 보였다.

작년 10월이후 크게 올라간 어음부도율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 1-2월중 어음부도율은 0.05%로 지난해의 0.02~0.03%에 비해 월등히 높아졌으며,이달 들어서도 월초인데도 0.04%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형 의류업체인 논노의 법정관리 신청과 16일 우생의 최종 부도로 올들어 벌써 7개의 상장사가 부도를 내거나 법정관리를 신청,증시에 타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부도를 내거나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장사는 13개에 달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2월 중순부터 기업부도가 약 10%이상 늘어나면서 주요 시중은행들은 하루에 한 업체씩 부도위기를 맞고 있어 겁이 날 정도"라면서 "은행들마다 기존 거래처에 대해 담보를 강화하고 신규대출 특히 신용대출을 억제해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지역의 한 민사담당 판사는 "아침마다 회사가 어려워 법정관리로 들어갈 수 없겠느냐는 전화가 법원으로 쇄도해 고민이다"고 말했다.

이같은 부도사태는 경쟁력 없는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데다 기업자금 수요증대,세금 및 배당금 수요 등 계절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논노사태와 국회의원 총선 등 최근 금융계 안팎의 변수도 중소기업의 자금핍박을 심화시키고 있다.

중기 연쇄부도 계속될듯

중소기업중앙회 김정수 조사부장은 "최근의 부도사태는 작년 연말 일시적으로 내수 및 수출이 회복되면서 발행한 3~4개월짜리 어음의 만기결제일이 돌아오는데 직접적인 원인이 있다"면서 "근본적으로는 수출 및 내수부진에다 투자자금의 선거자금화,통화긴축 등 악재가 겹쳐 중소기업들의 연쇄부도 사태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임동승소장은 "수출부진,내수위축,금융사정 악화 등 세가지 요인이 겹쳐 부도사태가 야기되고 있다"면서 "문제는 구조 조정기라면 낙후된 열위산업이 도태되고 희망찬 새로운 우위산업이 대체되어야 하는데 그러한 면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악성의 구조조정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수침체시 기업들이 체질을 개선하고 적응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금융이 뒷받침 해줘야 하는데 금융사정이 최악이어서 버틸 수 있는 기업들도 도태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계의 레임 덕 현상

고려경제연구소의 민병균소장은 "구조조정기에 한계기업들이 불가피하게 정리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구조조정을 하기 위해 미처 손을 쓰기도 전에 부도사태가 발생한다는데에 제조업체들의 위기의식이 있는 것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금융면에서도 레임 덕 현상이 나타나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방침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들이 지나치게 몸을 사려 대기업에만 돈이 나가고 있다"면서 "돈이 모자라면 중소기업들만 손해보기 마련이다"고 말했다.

또 이달중 만기가 돌아오는 제2 금융권의 단순 중개어음이 6천8백억원으로 집계되고 있어 전액 차환발행이 안될 경우 기업자금난을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보다도 오히려 총선이후의 상황인 것같다. 총선전에는 논노의 경우처럼 정부가 지원해주기도 하지만 총선이후에는 회생가능성이 없는 기업에 대한 대규모 부도사태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강효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