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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이 국민당에 공공연히 쏟고 있는 지원에 대해 경제5단체가 정식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16일 발표된 경제 5단체장 명의의 성명은 현대측 자금과 인력이 정치적 목적에 동원되는데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외부주문 암시도

최근까지도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한 5개단체로 대표되는 재계가 국민당-현대그룹간 관계를 보는 시각은 동전 앞뒷면 처럼 엇갈렸었다. 국민당이 잘못되면 재벌그룹 전체에 악영향이 미칠수 있다는 동지의식과,반면 국민당이 성공을 거둘 경우 경쟁그룹들의 상대적인 불이익을 당하지 않겠느냐는 둘로 대별됐다.

16일에도 전경련 등 일부단체 내부에서 "우리가 나선 일이 아니다"라며 외부주문 이 있었음을 암시하는 반응이 없지는 않다. 또 당초 성명서초안에 들어있던 일본경제인들 조차 비웃고 있다 는 등의 문구가 정주영씨를 너무 몰아치는게 아니냐 는 의견으로 삭제되는 곡절도 있었다.

이처럼 애증이 엇갈리는 재계시각이 일단 외부적으로 합일된 배경은 이보다 해가 크다는 판단으로 대세가 기운때문이라 할 수 있다. 경제단체들을 이끄는 재계 수뇌부 시각은 현대가 국민당에 대해 너무 티내가면서 돕고 있는데 대한 반발과,국민당이 의외로 강세라는 판단에 따른 견제심리로 요약된다.

실제로 지난 7일 정주영씨가 연사로 초대된 한국논단 월례조찬강연회에서 정씨에 대한 일부 지지발언이 쏟아진데 대해 이 자리에 참석했던 김인득 벽산그룹 명예회장과 나중에 이 소식을 들은 이동찬경총회장겸 코오롱그룹 회장은 매우 불쾌히 여긴 것으로 전해졌다. 중소기업업계쪽에서는 "정씨와 현대가 정치에 쏟는 자금과 정력을 기업에 들였으면 얼마나 좋겠느냐"는 반응이 변함없이 강한 상황이다.

현대그룹 계열사의 많은 인력과 장비,시설이 국민당 총선활동에 이용되고 있는 현실은 성명서가 우려하듯 노골적이다. 정주영씨 정계진출 초기 현대 인사조직을 통한 측면지원에 대해 적지않게 반발하던 현대 임직원들은 "국민당이 살아야 현대가 산다"는 동지의식으로 뭉친지 오래다.

국민당원 확장운동에는 현대 임직원뿐 아니라 가족 친지들까지 나서고 있다. 현대 계열사의 한 중간간부는 "서랍속에 넣어둔 입당원서가 동나자 부하직원들이 복사까지 해가며 자발적으로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계열사 간부는 "한 직원이 입당원서를 3백여장 모아온 경우도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해,입당원서 회수까지도 현대인사 조직을 통해 이뤄지고 있음을 굳이 감추려 하지 않았다.

일단 사표를 내고 국민당 지원에 나선 현대 임직원은 1백20명선. 그러나 이는 최소한 절차나마 밟은 경우일뿐 실제로는 훨씬 많은 숫자가 국민당을 일선에서 돕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고위관계자는 "현대자동차만해도 회사 묵인아래 3백여직원이 풀려있는 것으로 안다"며 "전국 1백8개 지구당에 다섯명씩만 쳐도 대단한 숫자"라고 말했다.

지방의 경우 자동차나 보험 영업조직이 세일즈를 하듯 유권자들을 헤집고 다니는가 하면 하청-협력업체 임직원 10만명도 당원확장과 지원활동을 독려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설과 장비지원도 전폭적이다. 한 예로 서울 광화문 현대해상화재 사옥에는 국민당 종로지구당 직원들이 몇개층을 차지하고 집무하고 있어 지구당사나 다름없게 돼있다.

정-경분리 스스로 깨

국민당조직책들에겐 현대자동차 엘란트라와 현대정공 갤로퍼 한대씩이 지원되기도 했다. 현대그룹 홍보를 맡고 있는 문화실에는 기자회견을 비롯한 국민당 행사일정 전문이 매일 아침 대변인 명의로 날아든다.

그간 여신규제 에 대한 현대사장단 항의서,현대건설 외주공사에 대한 은행지급 보증논란,현대 구의동 비업무용 토지매각 논란,청와대공사비를 둘러싼 현대건설을 소송제기 등 상당히 효과를 본 현대측 역공도 결과적으로 국민당을 측면지원하는 현대브레인들 아이디어라 할수 있다.

이는 "현대가 도요타 미쓰비시같은 세계적 기업들과 경쟁하면서 뼈가 굵은 기업인데 관료 브레인보다 못하겠느냐"라는 한 간부의 자신만만한 언급에서 잘 드러난다.

정씨일가에 나간 가지급금 상환요구에 대해 16일 현대가 주식으로 대물변제하겠다고 발표한데 대해서도 현대그룹측은 "이제 공을 당국쪽에 넘겼으니 어떻게 하나 두고 보자"며 사뭇 의기양양한 분위기다.

분위기가 이렇게까지 되기에는 그간 현대에 대한 금융외압설과 주가하락 등 유무형 압박이 잇단데 따른 위기의식이 한몫했다.

그러나 아무리 외부현실이 자기보호생리를 자극했다 치더라도 작금 현대의 지원활동은 당초 자신들이 외쳤던 정경분리원칙을 스스로 깨는 행동이라는 지적이 많다. <오태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