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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사키 레오나 박사는 노벨상 수상자이다. 그가 소니연구실에 있을때 부하복이 있었다. 여자연구원중 한 사람이 게르마늄이라는 재료를 사용해 전기를 통해보면 전류와 전압이 이상하게 변하는 것을 발견했다. 에사키는 그녀가 정리해 온 실험결과를 학회에 보고했다. 전자제품에 활용되는 주요원리를 세계 최초로 발견한 셈이었다.

지난 73년 에사키가 노벨상 수상소식을 들은 곳은 소니연구실이 아니었다. 소니는 그때나 지금이나 가장 개방적인 실험실과 기술자를 우대해온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소니연구실마저 에사키에게는 답답하고 관료적이었다. 무언가 실험실을 옭아매는 일본풍토에서 탈출,ibm으로 이적해버렸던 것.

ibm에서 그는 부사장대우를 받아왔다. 해외여행이 자유롭고,연구비 제한이 헐렁하고,연구원을 융통성있게 채용할 권한을 갖는 지위이다. 그러나 에사키는 올해 실험천국 ibm을 박차고 32년만에 귀국을 결심했다. 새 직장은 연구소실험실이 밀집한 쓰쿠바대학 총장 자리이다.

에사키가 쓰쿠바대학 총장직에 오르게 된 배경도 흥미있다. 그 자리는 본인이 원한 자리가 아니다. 그는 꾸준히 강의생활을 해본 적이 없는 캠퍼스밖 출신이다. 쓰쿠바대학과 인연이라고는 특강 몇번 정도가 고작이었다.

"쓰쿠바대학 교수들의 열성에 감복했다. " 그의 당선소감이다. 그는 사실 총장출마를 거부해왔으나,매년 총장출마를 졸라운 젊은 교수들의 압력에 마지 못해 당선되면 귀국 을 허락했다. 이에 교수들은 유명한 스타물리학자를 총장으로 추대,반강제 귀국시킨 셈이다.

이 때문에 에사키의 귀국은 캠퍼스 내부반란의 상징이라는 분석이다. 우수한 학자와 학생들이 뒤돌아보지 않는 캠퍼스. 실력 있는 두뇌들은 대학보다는 대기업 연구실에 취직겸 연구실을 마련해왔다. 캠퍼스의 위기의식이 에사키 반강제 귀국까지 발전한 셈이다.

에사키식은 수시로 모였다가 흩어지는 연구모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예를들어 건강넘치는 제조업 연구회. 이름 있는 공과대 교수와 대기업 부장-실장급 17명이 주축멤버이다. 통산성이 제조업붐을 일으키려고 이름마저 경쾌하게 붙여 조직했다.

이 연구회에서 최근 내놓은 책은 제조업이 일본산업을 지탱한다. 어린이들에게 공장구경을 시키고,기술자우대 등 제조업의 매력을 부각시키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다. 공과대학 개편안까지 제시했다.

에사키 총장이나 제조업 회복을 부르짖는 연구모임은 일본열도에서만 탄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송희영 동경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