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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연출 한국계 이성진 감독 태어난 지 9개월 만에 미국행

한국계 감독의 수상 소감은 이날 에미상 시상식에서 세 번이나 이어졌다. '성난 사람들'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이성진(43) 감독은 감독상과 작가상, 작품상을 받기 위해 무대에 올랐다. 트로피를 쥔 이 감독은 "제가 LA에 처음 왔을 때 제 은행 계좌 잔액은 마이너스였고, 돈이 없어 어려웠다"며 "그때는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직접 '성난 사람들' 각본을 쓴 이 감독은 작품에 개인적인 경험을 녹였다. 그는 한국에서 태어나 생후 9개월 때 미국으로 갔다가 한국으로 돌아와 초등학교 3~5학년을 보냈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가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등장인물들이 느끼는 고립감과 좌절 등이 그가 느꼈던 감정이었다고 수상 소감에서 털어놨다. 그는 "세상이 사람들을 갈라놓으려는 것 같을 때가 있다. 이 시상식에서조차 누군가는 트로피를 가져가고 누구는 그러지 못한다"며 "이런 세상에서 살다 보면 누구에게도 이해받을 수 없다거나 사랑받을 가능성조차 없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고 말했다. "작품 초반 등장인물의 자살 충동은 사실 제 모습을 반영한 것이었다"며 "드라마를 보며 자신의 개인적인 고통을 투영하고 경험을 공유해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고 했다.

그의 영어 이름은 '소니'이지만, 모든 공식 크레디트에 자신의 이름을 한국식인 '이성진(LEE SUNG JIN)'으로 표기한다. 그는 어릴 적 미국인들이 자신의 한국 이름을 정확히 발음하지 못하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오스카상을 받은 뒤 생각을 바꿨다. 그는 지난해 8월 방한했을 때 인터뷰에서 "미국인은 봉준호 감독 이름을 말할 때 실수하지 않고, 정확히 발음하려고 노력한다"며 "제가 좋은 작품을 만들면 미국인들이 제 한국 이름을 듣고 웃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기고자 :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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