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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라니, 박물관에 로봇이라니!" 2018년, 그때까지 옛날 유물만 만지던 나로선 기가 막힌 업무가 떨어졌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전시 안내 로봇 개발 사업에 참여하면서 나는 실무자로서 로봇에 담을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정리해 제공하는 역할을 맡았다.

로봇이라? 태권V같이 지구를 지키는 역할까지는 아니더라도 스타워즈의 스리피오나 알투디투처럼 사람들의 일상에 도움을 주는 고품격 기계장치를 연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큐아이'로 불리는 우리의 로봇은 그들과는 사뭇 달랐다. 자율 주행 기능은 도중에 사람이라도 만나면 문득 길을 잃고 방황했고, 음성 인식 기능은 연거푸 엉뚱한 답변을 내놨다. "어차피 연구·개발 사업이니까 실패할 수도 있는 거야"라며 스스로 위로했으나 마음은 편해지지 않았다.

다행히도 관람객들은 관대했다. 이미 집이나 스마트폰에 보급된 음성 인식 서비스를 겪어 봐선지 만족스러운 답을 못 해도 웃어넘겼고 어린이들은 박물관에 로봇이 다닌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했다. 대화 기록을 보니 "관장님이 누구셔"라는 질문에 "접니다"라고 답변한 적도 있어 모두를 당황케 했다. 로봇 주제에 감히 역모를 꿈꾸다니, 원.

하루는 함께 담당하는 선배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그 로봇, 올해까지만 운영하는 게 어떨까요." 그가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이라 해도 이제 고작 한 살배긴데, 일단 우리가 노력할 만큼 해보고 직접 기술적 한계를 확인해야죠. 조금 해보고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폐기하면 연구·개발로도 의미가 없잖아요?" 그는 적어도 3년은 해야 한다며 로봇이 응답하지 못한 대화를 일일이 확인하며 채워나갔다.

얼마 뒤 나는 자리를 옮겼고, 며칠 전 전시실에 갔다가 로봇을 다시 만났다. 붙잡고 대화를 해 보니 놀랄 만큼 말도 많이 늘었고 심지어 화장실을 물어보니 그 앞까지 데려다주기도 했다. 더러 말을 놓치긴 했으나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마치 아이가 커가듯 로봇도 성장하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저편으로 사라지는 로봇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빨리 달리면 긴 호흡이 어렵지만 긴 호흡 없이는 멀리 갈 수 없다'는 작은 깨달음을 얻는다. 기고자 : 이태희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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