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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다큐 '앤디 워홀 일기'
AI로 음성 재현해 직접 일기 읽어

"1981년 4월 16일.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 바깥 풍경이 아름다웠다. 요즘 이런 생각을 한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이지? 이런 일도 하고 저런 일도 하지만 다 무슨 의미지?"

감정도 고저도 없는 목소리가 웅얼웅얼 일기를 읽는다. 20세기 가장 유명한 예술가 앤디 워홀(1928~1987). 조용하고 어눌한 워홀 생전의 말투를 빼닮은 넷플릭스 6부작 다큐멘터리 '앤디 워홀 일기' 속의 이 목소리는 실은 인공지능(AI)으로 재현한 음성이다. AI로 만들어진 음성을 통해, 죽은 워홀이 직접 자신의 속내를 고백하게 된 것이다.

확장현실(XR)과 AI 기술이 죽은 이들을 소리와 영상으로 다시 불러내고 있다. 워홀 본인의 목소리는 그가 죽고 2년 뒤인 1989년 출간된 일기를 직접 읽어 내려간다. 국내에서도 이런 시도가 활발하다. 최근 OTT 티빙 프로그램 '얼라이브'에서는 밴드 '울랄라 세션'의 리더였던 임윤택(1980~2013)과 요절해 전설이 된 가수 유재하(1962~ 1987)가 무대 위로 소환됐다.

다큐 '앤디 워홀 일기'는 AI 음성에 증언·자료 영상·사진을 교차 편집하며 이 신비에 싸인 인물의 숨겨진 속내를 조금씩 들춰간다. 워홀 사후 2년이 지나 나온 책 '앤디 워홀 일기'의 작가 팻 해킷은 "앤디가 전화를 걸어와 털어놓은 그의 생각을 그의 말투 그대로 기록한 것"이라며 "이 일기는 앤디가 자신의 삶을 수집하는 방식이었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말한다. "앤디는 훌륭한 배우 같았어요. 자신이 만든 신화에 빠져 있었죠. 앤디 워홀이라는 신화요." 미국선 최근 피터 잭슨 감독이 비틀스에 관한 다큐 '겟 백'(디즈니+)에서 1969년 촬영된 필름 영상 속 비틀스 멤버들의 대화를 AI 기술로 복원해 삽입하기도 했다.

티빙 '얼라이브'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과거 영상은 물론, 대역 배우의 연기를 AI에 학습시키는 '딥 페이크' 기법까지 동원해 임윤택과 유재하의 모습을 재현하는 데 공을 들였다. 첨단 기술로 재현된 임윤택은 신곡 '낡은 테잎'을, 유재하는 신곡 '그대의 조각들을 담고서'를 불렀다. 복원된 목소리로 신곡을 발표한 건 국내 최초다.

이런 시도는 '고인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방법'일까, 아니면 '산 사람들의 욕심으로 망자를 불러내는 일'일까. 미 예술 전문 매체 아트뉴스는 "죽은 이들을 되살려내 활용하는 일의 윤리성, 다큐멘터리가 갖는 기본적 진실성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뒤따른다"고 전했다. 기고자 :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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