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격전지 이례적 방문해 연대 표시

폴란드와 체코, 슬로베니아 등 유럽연합(EU) 국가들이 러시아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와 전례 없는 연대를 과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과 피란민 수용에 적극 뛰어든 데 이어, 이번엔 국가 정상들이 포화를 뚫고 직접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찾았다. 항전 중인 시민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응원하기 위해서다. 과거 소련 위성국이었던 구(舊)동구권 국가로서 현재 우크라이나가 직면한 상황이 "남의 일이 아니다"라는 특별한 유대감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 야네스 얀샤 슬로베니아 총리는 15일(현지 시각) 열차를 타고 폴란드 국경 도시 프리미시우를 출발해 이날 오후 8시 키이우 파사지르스키역에 도착했다. 10시간 가까운 여정 끝에 도착한 3국 총리는 특별한 환영 행사 없이 시내 모처로 자리를 옮겼다.

국가 정상이 전쟁 중인 타국, 특히 포위돼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격전지를 방문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자칫 현장에서 고립되거나 생명에 위협이 발생할 경우 국가 유고 사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런 위험에도) 폴란드와 체코, 슬로베니아 총리가 키이우를 찾은 것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유럽인의 강력한 연대를 증명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3국은 이미 우크라이나에 대전차 미사일과 탄약, 포병 장비 등을 제공했다.

3국 총리는 이날 밤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났다.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세 나라 정상의 방문은 강력한 지지의 증거"라며 "이런 동맹들과 함께라면 우리는 이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알라 체코 총리는 이에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절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리려 이곳에 왔다"며 "유럽은 우크라이나와 함께한다"고 강조했다. 얀샤 슬로베니아 총리도 "유럽은 우크라이나의 독립을 보장하고, 재건을 돕기 위해 확실하게 준비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방문은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의 제안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키이우에서 자유가 폭정의 세계에 맞서 싸우는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우리 모두의 미래가 이곳의 싸움에 달렸다"고 했다.

3국 정상의 방문에 이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회동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24일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열리는 나토 특별 정상회의와 EU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첫 유럽 방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토 및 EU 정상들과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대면 회담 등 이번 순방의 세부 일정에 대해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총 8억달러(약 9800억원)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책을 발표했다. 미국 CNN 등은 이 자금이 러시아군 격퇴에 혁혁한 전과를 올리고 있는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과 스팅어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이 보유한 구소련제 SA-8·10·12·14 이동식 지대공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데 투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고자 : 파리=정철환 특파원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본문자수 : 1559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