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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피해를 입은 울진 주민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지난 15일 충남 서산시 읍내동 서산시청 1층 사회복지과 행복키움팀에 80대로 보이는 노인이 찾아왔다. 푸른색 모자와 흰 마스크를 쓴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서류 봉투에서 수표 1장과 편지 1장을 꺼냈다. 수표에 찍힌 금액은 1024만9522원. 수표를 발행한 곳은 서산농협 지곡농협으로 발행일은 15일이었다. 검은색 사인펜으로 A4 용지에 직접 작성한 편지에는 '울진 시민 여러분께, 여러분과 함께하는 국민이 있으니 빠른 복구가 될 것으로 믿는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충남 서산 어느 노인으로부터'라고 쓰여 있었다.

기부 의사를 밝힌 노인의 얘기를 듣고 수표를 확인한 공무원들은 "너무 큰돈이다. 다시 한번 생각하시라"고 했지만 노인은 "(나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을 위해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이 노인은 요양보호사로 일하면서 모은 급여를 성금으로 기부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돌보는 요양보호 대상자가 건강이 회복되면 함께 필리핀에 봉사를 가기로 약속하고 월 급여 85만원을 24개월 동안 모았다. 하지만 최근 약속했던 요양보호 대상자가 숨을 거두면서 이 돈을 경북 울진 산불 피해 복구 성금으로 내놓은 것이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나타났지만 서산시청 사회복지과 직원들은 그 노인을 알아봤다. 이 노인은 2020년 코로나가 대구에서 확산됐을 때 98만원을 전달하고, 지난해에는 불우이웃돕기 성금 150만원을 기부하는 등 2020~2021년 4차례에 걸쳐 총 398만원을 기부했기 때문이다.

서산시청 사회복지과 이지혜 주무관은 16일 "본인이 알려지는 것은 원치 않으시고 신분도 밝히지 않으신다"면서 "기부금을 시청에 전달하면 꼭 자신의 기부금을 휴대전화로 사진 촬영을 하고는 그대로 돌아가신다"고 말했다. 서산시청은 익명의 노인이 건넨 성금을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 기고자 : 서산=김석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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