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국민의힘 ＂거취 결정하라＂ 요구에 27字 입장문 발표하며 사퇴 거부

김오수<사진> 검찰총장은 16일 국민의힘에서 나온 '거취 표명' 요구에 대해 "검찰총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본연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겠음"이라는 27자(字) 입장을 내놨다.

이는 전날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측근인 권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총장이) 공명정대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할 각오와 의지가 있으면 임기를 채우는 것이고 그런 자신이 없고 지금까지와 같은 행태를 반복한다면 본인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김 총장은 전날까지 별다른 대응을 내지 않았지만, 자신의 거취가 불투명할 것이란 보도가 나오고 검찰 내부도 술렁이자 이날 짤막한 입장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장은 출근 직후 직접 준비해 온 입장문을 대변인실에 전달하고 기자단 배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장의 이날 입장문을 두고 '법과 원칙'을 언급하며 검찰청법에 명시된 총장 임기 2년을 강조했다는 해석과, 뒤숭숭한 검찰 안팎 분위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았다는 상반된 의견이 나왔다.

'친정권' 검사로 분류되는 김 총장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다. 임기를 채우려 한다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1년 정도 '불편한 동거'를 해야 한다.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총장 임기가 보장되는 게 원칙이지만, 결국 김 총장이 자신을 임명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에 맞춰 거취를 결정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김각영,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김수남 전 검찰총장의 경우, 각각 노무현·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직후 자진 사퇴했다. '친정권 검사'로 분류되는 김 총장은 '대장동 사건'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의 '부실 수사' 의혹과 관련해 시민단체들로부터 고발도 돼 있다.

정치권에서는 윤 당선인이 직접 나서지 않는 가운데 국민의힘 측이 김 총장을 상대로 '자진 사퇴' 압박의 강도를 높여나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윤 당선인은 작년 12월 김 총장에 대해 "심성도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했는데, 이를 두고 윤 당선인 주변에선 "덕담 차원의 언급"이란 말이 나왔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검찰의 중립과 독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정작 검찰총장 임기는 보장하지 않겠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며 전날 권성동 의원 발언을 비판했다. 기고자 : 이정구 기자
본문자수 : 1221
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