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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 늦은 방역정책, 의료 위기상황 초래… 인력·장비 제때 지원을

지난 2년간 집보다 병원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20년째 간호사로 살고 있지만 지난 2년 코로나 상황은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충격과 부담으로 다가왔다.

만 30년 동안 공무원으로 일하며 홀로 딸을 키워온 여성 환자가 있었다. 정년을 마치고 얼마 후 코로나에 감염되어 병원으로 실려왔다. 처음엔 의식도 있었고 산소 치료로 버틸 수 있었지만 폐렴이 많이 진행된 상태라 호흡기 치료에 들어가야 했다. 삽관하기 전 이 환자가 휴대폰 비밀번호를 알려줬다. 혹시 치료 도중 무슨 일이 생기면 딸에게 휴대폰을 열어서 담긴 내용들을 보라고 전해달라는 당부였다. 괜찮을 거라고 안심을 시켜드리며 치료를 시작했지만 병세가 급격하게 악화되면서 그 환자는 1주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뒤늦게 소식을 듣고 달려온 딸에게 휴대폰을 전해줄 때 그녀가 오열하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코로나 사망자라는 이유로 이 딸은 어머니와 접촉할 수도 없었다. 감염병은 죽음을 맞이하는 마지막 순간에도 가족이 살갗을 맞대고 온전한 슬픔을 나눌 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어느 날 병원으로 40대 남자가 찾아왔다. 코로나 감염 후 급성폐렴이 찾아오면서 40일 넘게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았던 분이었다.

대부분 수면 상태로 누워 있어 자신은 기억이 전혀 나지 않지만 의료진이 혼신을 다해 치료해준 덕분에 살아났다는 이야기를 아내에게 들었고, 새로운 삶을 선물받은 것 같아 감사 인사를 꼭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방호복 안에서 몸이 젖도록 땀을 흘려가며 환자 곁을 지키는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은 이런 순간에서 오는 보람 덕이다. 환자들의 삶과 죽음을 경험하면서, 단 한 명의 환자라도 더 살리기 위해 의료 현장에서는 결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코로나 사태 첫해엔 하루 환자가 1000명대까지 폭증하면서 병상이 부족해져 하루하루 조마조마하게 버텨야 했다. 생활치료센터에 있다가 갑자기 호흡이 가빠져 급히 119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가다 갑작스러운 심정지가 찾아온 환자가 응급실에 온 일이 있었다. 30분 넘게 심폐소생술을 하고 겨우 숨을 살려놓은 다음 호흡기를 달았다. '아 살렸구나' 안도하기도 전에 또 다른 코로나 응급 환자가 밀려오곤 했다. 이젠 확진자가 하루 40만명이 나오면서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응급실은 코로나 확진자를 받느라 일반 환자는 들어갈 병상이 없다. 코로나 환자를 돌보다 간호사와 의사가 감염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정부는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고 장담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다르다.

현재의 시스템은 '감염병에 대처하는 높은 시민의식과 제한된 확진자 수'라는 가정 아래서는 특별한 문제가 없었으나 갑자기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지난 2년간 확진자 증가에 따른 정부 정책 변화와 방역 지침 개편, 병상 확보 명령은 번번이 상황이 악화된 뒤에야 발표됐다. 정부 지원 인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도움이 되지 못했고 의료진 처우는 나아지지 않았다.

앞으로 감염병 위기는 반드시 다시 찾아올 것이다. 지역별 감염 전담 병원을 늘리고 중증 환자를 침착하고 능숙하게 관리할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지역마다 천차만별인 의료 기관 수준과 의료 서비스 질, 규모 역시 손봐야 할 대상이다. 의료 위기 상황이 찾아오면 이를 단계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은 공공 병원이다. 공공 병원 확충은 그래서 의료 불평등 문제를 극복하고 국민들이 안전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대안이면서 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 나가는 과정이다. 코로나 최전선에서 분투한 의료 인력들에 대한 정부 지원도 더 고민해야 한다. 처우가 상대적으로 처지는 의료직군들이 소외감을 극복할 수 있도록 법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기고자 : 조일지 아주대병원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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