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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부르는 열쇠, 니트

패션계에서 '멋쟁이'를 설명하기 위해 빠지지 않는 수식어. 바로 '신경 쓴 듯 아닌 듯 무심하게'다. 차려입었다는 티를 내지 않으면서 멋스러워야 한다니, 좀처럼 해결하기 힘든 숙제다. 예를 들어 맞춤 슈트 속엔 빳빳한 셔츠 대신 라운드 면티셔츠나 칼라 티셔츠를 입어 캐주얼한 느낌을 가미하는 식이랄까. 2030 세대에서 인기인 조거팬츠(발목을 조이는 운동복 스타일의 바지)를 시도할 때 무릎 부분이 튀어나오면 안 된다. 결국은 엄청 신경 써야 '안 쓴 듯한' 연출이 가능하다는 얘기.

하지만 이 아이템 하나면 패션계 난제를 자연스레 해결할 수 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속 송중기의 명대사를 빌리자면 "그 어려운 걸 해내는" 패션, 바로 니트다. 요즘 같은 간절기에 더욱 간절해지는 제품이기도 하다. 코트나 패딩을 입긴 무겁고, 재킷만 입자니 추워 떨 것 같은 시기에 니트는 필수. 셔츠 등에 겹쳐 입고 더워지면 어깨에 툭 걸쳐도 되고, 허리에 묶어도 멋스럽다.

특히 편안함이 최고의 멋으로 자리 잡은 코로나 시기, 따뜻하면서도 신축성이 좋아 활동하기에 편한 니트는 '잇(it·트렌드를 이끌어가는 것)'템(아이템)으로 부상했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코로나로 오랜 기간 장롱에 갇힌 듯이 살았던 이들에게 니트는 봄을 부르는 열쇠가 된다"면서 "에르메스, 미우미우, 가브리엘라 허스트 등 각종 해외 컬렉션에서 화사한 색감의 니트를 대거 내놓았다"고 전했다. 가을·겨울 아이템으로 꼽히는 어둡고 두꺼운 제품 대신 파스텔톤이나 밝은 태양 같은 주홍빛을 시도하면 화사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남녀 상관없이 입을 수 있는 게 특징. 니트에 꽃무늬나 마치 아이들 낙서 같은 스케치를 넣어 요즘 유행하는 '장꾸력'(장난꾸러기 능력)을 표현할 수도 있다. 색상으로 변화를 줄 수도 있다. 색상의 농도를 달리하는 그라데이션(점점 짙거나 옅어지는 기법) 니트도 이번 시즌 눈에 띄는 아이템. 검정이나 베이지색만 주로 입었던 이들에겐 이번 시즌 빨강·노랑·파랑 무지갯빛 다양한 원색도 시도해볼 만하다. 미국 유명 색채연구소 팬톤이 꼽은 올해의 색인 베리페리처럼 보랏빛이 가미된 색상 니트도 좋다.

색상으로 도전하는 게 두렵다면 독특한 짜임을 시도해볼 수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 스타일 매거진은 "문필가 헤밍웨이가 자주 입어 유명해진 일명 케이블 니트(꼬임이 많은 니트. 국내에선 '꽈배기 니트'로 잘 알려져 있다)는 지식인 느낌을 자아낸다"면서 "평범한 꼬임 니트라도 최근 유행하는 Y2K(세기말) 패션에 맞게 가슴까지 오는 짧은 스타일로 덧입으면 패셔너블해보인다"고 전했다. 케이블 니트는 예전 낚시꾼들이 추위에 몸을 보호하기 위해 두꺼운 꼬임을 준 아란 니트(영국 아일랜드 아란 제도 낚시꾼들이 많이 입었다고 붙은 이름)의 다른 말로, 꼬임을 굵게 혹은 가늘게 달리해 거칠거나 섬세한 스타일로 변한다. 니트가 입기 편하지만 몸에 너무 꼭 맞는다면 오히려 불편해 보일 수 있다. 이럴 때 해법은 카디건. 적당히 나온 배나 두꺼운 팔뚝을 가릴 때 제격이다. 봄여름용 면니트 원단이나 최근 들어 인기인 재활용 원단 니트로 가볍게 착용할 수도 있다.

[그래픽] 봄 간절기 '니트' 활용법 기고자 :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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