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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작가 리베카 솔닛 '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 펴내
＂남성 벌하는 걸론 성평등 못 이뤄… 다음 세대 젠더 감수성 키워줘야＂

"한국 젊은 남성들이 더 광범위한 경제 불평등 문제를 여성 탓으로 돌리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여성과 무관한 불평등마저도. "

미국 페미니스트 작가 리베카 솔닛(61·사진)이 15일 줌(zoom) 기자 간담회에서 말했다. 첨예하게 갈린 한국 젠더 갈등에 대한 답이었다. 솔닛은 2014년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한다'에서 '맨스플레인(mansplain)'이란 개념을 제시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맨스플레인은 권력 관계에서 우위를 점한 남성이 여성을 '가르치려 드는' 현상을 뜻한다. 이날 간담회는 솔닛의 첫 회고록 '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창비) 출간에 맞춰 이뤄졌다.

그는 "여성의 몫이 늘어나면 남성의 몫이 줄어든다고 믿는 서사(story)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했다. 자유·정의·희망 같은 가치는 '제로섬'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다른 사람이 더 많은 자유를 가지게 되면 내가 누리는 자유도 늘어난다. 여성이 더 많은 권리를 가지게 되면 남성도 혜택을 볼 것이다. 경제 정의가 빈자와 부자에게 모두 혜택을 주는 것처럼."

그는 "(법적) 처벌만 강조하는 일부 페미니스트의 주장에는 문제가 있다"며 "누군가를 벌하는 방식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여성주의) '혁명'은 사람을 감옥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다음 세대를 (양성평등적으로) 키워내는 것이 혁명"이라고 했다.

그는 '남혐'으로 치닫는 일부 한국 페미니스트에 대해서는 "페미니즘은 남성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 기존에 진입하지 못했던 영역(arena)에 입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주장해온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대해서는 "미국은 인종차별주의자 트럼프를 겪었지만 그 결과 최초의 여성 유색인종 부통령이 나왔다. 한국 여성주의자들이 계속해서 싸워나가면 된다"고 에둘러 답했다.

그는 책에서 젊은 시절 자신이 '세상에 없는 비(非)존재'와 같았다고 했다. 자라나고 살아가며 각종 성폭력에 노출됐던 평범한 여성으로서의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마음에서 책을 썼다고 했다. 그는 이날 "페미니스트임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기고자 : 양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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