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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에 의존' 키르기스스탄 등 피해
이주노동자 해외 송금액 30% 줄듯

중앙아시아 타지키스탄의 수도 두샨베 외곽에서 세 아이를 키우는 라힘 샤리포프(28)는 급변하는 환율 소식에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러시아 이주 노동자인 그는 시내에 아파트를 장만하기 위해 26만5000루블을 저축했지만,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실제 가치가 40% 넘게 폭락했다. 유라시아 전문 매체인 유라시아넷은 최근 이 같은 사례를 소개하며 "우크라이나 사태로 항공편이 대폭 감축돼 러시아로 일하러 가는 타지키스탄인이 급감했다"고 전했다.

국제사회의 대러 경제제재 파급 효과가 러시아 주변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세계은행(WB)은 러시아에서 일하는 자국 노동자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옛 소련권 국가들이 특히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키르기스스탄은 해외 송금액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0%에 달한다. 해외 송금액의 80% 이상을 러시아에서 벌어들이는데, 올해는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작년보다 30% 넘게 줄어들 전망이다. 사정이 비슷한 아제르바이잔,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아르메니아 등도 해외 송금액이 20% 안팎 줄어들 것으로 보여 비상이 걸렸다. 세계은행은 "국제은행간통신망(SWIFT) 배제 등 여파로 송금이 차질을 빚고 있다"며 "고용과 수입이 감소하는 등 악영향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세계적인 곡물 생산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 당사국이 되면서 이들로부터 음식 재료를 수입해온 이웃 나라들이 유탄을 맞고 있다. 터키에서는 최근 해바라기씨유가 고갈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사재기가 벌어지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최근 보도했다. 터키는 연간 90만t의 해바라기씨유를 수입하는데, 이 중 65%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산이다. 헝가리는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곡물 가격이 급등하자 모든 곡물에 대한 수출을 금지하기로 했다. 불가리아는 곡물 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 보관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의 여파가 아시아·아프리카 등 제3세계 국가에도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곡물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 중에는 인구 대국(파키스탄·방글라데시), 경제제재(이란), 내전(예멘·리비아) 등 특수 상황에 직면한 곳이 많아서 정치적 혼란과 국민의 생활고가 가중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고자 : 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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