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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지난 주말 저소득층에 대한 실업급여 확충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경제위기에 대한 정부 인식이 너무 낙관적이었다"며 "죄송하다"는 말을 4차례나 거듭했다. 그러면서 "현재 실업자가 80만명쯤이지만 실업자가 100만명을 넘을 때를 대비해 미리 세워놓았던 정책을 앞당겨 시행해 나가겠다"고 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취임 기자회견에서 당초 3%로 잡았던 올해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 2%로, 일자리 10만개가 새로 생길 거라던 고용 전망도 오히려 작년보다 20만개 줄어들 것으로 바꿔 잡았다. 정부의 경제상황 인식이 안이하다는 비판을 받아들여 현실감을 가다듬고 있는 셈이다.

경제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훨씬 가파르게 주저앉고 있다. 실업자의 증가 속도는 겁나기까지 하다. 불황엔 보통 자영업자가 다른 업종보다 눈에 띄게 늘어난다. 구조조정 등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준비도 없이 음식·소매 등 자영업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작년 1월 570만명 선이던 자영업자는 11월 600만3000명까지 늘어나더니 올 1월엔 558만7000명으로 급락(急落)했다. 두 달 사이 42만명이 줄어들었다. 그 밑에서 일하던 종업원과 무급(無給) 가족 종사자까지 계산하면 어림잡아 60만~70만개 일자리가 없어졌다. 새로 문 여는 자영업자보다 망해서 문 닫는 가게가 훨씬 많다는 얘기다. 최근 소상공인진흥회 조사에서 자영업자 77%가 "몇 달째 손해를 보고 있다"고 답했다. 제조업 쪽 일자리는 작년 초보다 13만개나 줄었고 건설업과 금융통신업에서도 각각 4만1000개와 7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정부가 경제가 무너지는 범위와 속도에 대처하려면 신속하게 추경(追更)을 편성·집행하고 한시적으로 재정을 더 빨리 더 많이 푸는 수밖에 없다. 노동장관은 실업자 100만명에 대비한 실업대책과 저소득층 사회안전망 대책을 앞당겨 시행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실업급여 지급기간을 10개월에서 11개월로 한 달 늘리는 식으론 턱도 없다.

1월 말 공식 실업자 84만8000명에 취업 준비생과 일시적 구직포기자 등 사실상 실업자까지 합치면 '무직자 300만 시대'가 이미 눈앞에 닥친 현실이다. 정부가 경제위기의 '깊이'와 '폭'을 정확히 내다보고 그에 대응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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