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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군. 오랜 세월 우리사회의 명암을 가르며 온갖 기연 을 쌓아온 두 영역이 이번 총선에서는 과거와는 다른 모습으로 만나고 있다. 군의 요직을 두루 거친 예비역장성들이 대거 이당 저당을 업고 여의도 의사당을 향해 돌진중인 것이다.

전직 3군사령관,보안사령관,육사교장,6군단장 . 이변이 없는한 야당의 전국구로 입성이 보장된 군의 옛 거물들이다.

군에 몸담고 있을 때는 물과 기름 사이였던 야당옷으로 갈아입었으니 일대 변신인 게 틀림없다. 민주화의 한 상징이라고나 할까.

예비역 장성들의 무더기 야당행. 정치사상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이 현상을 놓고 벌써부터 14대국회에선 군이 적잖이 시달릴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번 총선에서 야당 전국구 후보에 오른 예비역장성은 모두 7명. 이중 민주당의 강창성 전 보안사령관(육사8기),나병선 전 6군단장(육사15기),장준익 전 육사교장(육사14기),국민당의 이건영 전 3군사령관(육사6기) 등 4명이 당선권에 든다는게 소속정당들의 주장. 지역구는 민주당 광주서을지구에 출마한 임복진 전 2군사령관(육사17기) 등 3명. 따라서 많으면 5~6명의 예비역장성출신 야당의원이 탄생하게 된다.

물론 민자당의 전국구 7명(모두 당선권),지역구 22명에 비하면 수적으로는 열세이다. 그러나 범여권에서 이들의 야당행을 막으려고 은연중 움직였다는 얘기이고 보면 결코 편한 심사가 아니라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더욱이 본인들은 극구 부인하지만,이들중 일부는 기막힌 사연 을 안고 야당을 택한 흔적이 엿보이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이들을 보는 군의 눈총이 곱지많은 않다.

국방부가 겉으로는 태연스런 반응이지만, 주요 군출신인사 등록현황 등의 자료까지 장만하는 것을 보면,은근히 몸이 달아있는게 틀림없다.

여의도행 야당표 를 끊은 인사중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강 전 보안사령관.

정보부차장보와 보안사령관의 전력도 전력이지만,5-6공과의 악연 이 보통이상이기 때문이다. 강씨는 보안사령관 시절 윤필용사건 을 계기로 하나회 군맥에 직접 수사의 메스를 집어넣었고,후일 이들이 5 17을 계기로 정권을 장악하자 그 보복으로 강씨를 교도소로 몰아 넣었던것.

이런 사정으로 전국구인선을 전후해 군인사가 두번씩이나 강씨 자택을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전 3군사령관은 12 12당시 병력출동에 반대한 경력의 소유자여서 관심을 끄는 인물. 그러나 강씨나 이씨나 한결같이 "국방엔 여와 야가 있을 수 없다" "군을 욕되게 하거나 매도할 의도는 전혀 없다"고 강조하고 있기는 하다.

이들과는 달리 군에서 탄탄한 출세가도를 달렸던 사람들은 야당행에 무척 고민했다고 한다. 선후배-동기생들의 만류와 인간적 갈등 등으로 거의 막판에 가서야 결심을 굳혔다는 것.

이들은 군의 곱지 않은 눈길에 무척 신경이 쓰이는 듯 "군의 선후배-동기생들과 많은 논의를 했지만 역시(야당에) 가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극구 해명 하고 있다.

또 폭로성발언을 우려하는 시각에 대해서도 "옛 부하들에게 그렇게까지 할 리가 있겠느냐"고 펄쩍 뛰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국방을 독점하던 시대는 지났다" "야당에도 군사전문가가 있어야 한다"는 본인들의 주장과 "별을 서너개씩 달았던 사람들이 의사당에서 몸싸움하는 꼴을 정말 못보겠다" "선배들이 여당정치인이 되는 것도 못마땅한데 야당으로 간다는 건 군에 대한 모욕"이라는 군후배들의 시각이 유권자들로부터는 어떤 평가를 받을지가 궁금한 대목이다. <방준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