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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붕괴로 통제 어려움 우리모두가 환영했던 동서냉전의 종식은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핵무기의 사용가능성을 냉전시대 이상으로 증대시키고 있는 듯하다. 당장 가까운 시일내에 대규모 핵전쟁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지만 핵무기의 확산위험이 요즘 세계 각처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가 불안하고,기술적 통제시스템이 취약한 핵보유국들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유사시 그들의 핵무기를 사용할지도 모르며,테러단체나 범죄조직에 핵병기를 탈취당할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소련의 붕괴는 그동안 핵무기 보유를 열망했던 국가들에 핵제조 기술이 쉽게 흘러들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또 과거 소련의 영향력하에 있었던 잠재적 핵보유 가능 국가들이 소련의 통제에서 벗어난 사실도 핵확산 위험을 증대시키고 있다.

직장을 잃은 소련의 핵기술자들은 돈만 많이주면 자신의 기술을 어는 국가에도 팔 자세가 되어 있다. 최근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러시아 고위관리들은 나에게 인도 파키스탄 이라크 이란 등이 이미 러시아에 핵부품 구매 가능성을 타진해 왔다고 털어놓았다.

핵확산 문제는 소제국 붕괴전에도 혼란스런 양상을 때고 있었으나 긍정적인 뉴스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1백41개국이 그전까지 핵확산방지조약(npt)에 가입했으며 91년에는 핵강대국인 프랑스와 중국,그리고 남아공이 조약 가입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또 세계 핵강대국들은 핵기술의 이전에서 보다 철저한 통제를 가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걸프전이 끝난뒤 유엔안보리는 이라크의 대량 파괴무기 생산시설들에 대한 사찰을 결의,이를 실행에 옮겼다. 분명 이것들은 좋은 조짐이었다.

그러나 그 반면에 부정적인 뉴스도 많았다. 종래의 유엔 핵사찰이 핵보유를 열망하는 국가들에 있어 얼마나 무기력한 것인지가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라크의 예가 대표적이다. 이라크는 핵사찰을 받으면서도 1백억달러의 비용을 들여 은밀히 핵무기 개발연구를 진행,1~3년 이내에 핵무기를 실제 보유할 수 있는 단계에까지 도달했던 것이다. 핵확산 금지조약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의무화하고 있으나 공개된 시설에 대해서만 핵사찰이 이뤄짐을써 진실은폐가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라크가 보유했던 비밀핵시설은 걸프전이 끝날때까지 전혀 밝혀지지 않았었다.

이라크의 핵 은폐 시도는 다른 나라들의 우려를 가중시켰다. 북한은 지난 85년 핵확산 금지조약에 서명해으나,국제사찰단의 입국을 거부했다. 최근들어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와의 핵안정협정을 체결했다. 그러나 일부 분석가들은 북한이 핵연료 재처리공장을 건설,실험용원자로에서 추출한 플루토늄으로 핵무기를 제조하려고 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북한-이라크의 은폐

이같은 핵확산위험에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구 소련내의 핵무기 통제이다. 이 지역의 핵보유국 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벨로루시,카자흐공화국 등에 대한 승인을 npt 수여부와 연계시켜야 한다.

구 준소련내 전술 핵무기들은 현재 러시아로 신속히 이동하고 있다. 그러나 7년으로 잡혀있는 전략무기 감축협정(start) 이행기간을 단축한다면,러시아 이외의 지역에 배치된 핵무기들은 더욱 신속히 제거될 수 있다. 구 소련내 각 공화국에 기술 고문단을 파견,핵무기의 수출을 통제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와함께 지난 78년의 핵공급국 지침과 85년의 미사일 기술 통제체제(mtcr)를 준수하도록 이들에게 압력을 가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핵무기를 러시아에 집중시키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러시아역시 해체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핵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러시아가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인도주의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또한 핵폐기시설 건설을 위한 기술 지원도 필수적이다. 미국은 이를 통해 고르바초프가 지난해 10월 약속한 전술핵무기 폐기를 가속화할 수 있으며,구 소련 핵과학자들의 외부유출을 막을 수 있다.

iaea와 같은 국제기구 역시 핵무기를 통제하고 핵분열물질의 비축 등을 감시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도난당한 핵물질을 회수하는데는 국제기구와의 정보 및 기술협력이 필수적이다. 기존의 핵확산 금지정책 또한 강화되어야 한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나토에 대한 미국의 방위공약도 이에 포함된다. 동시에 중국과 신생독립국가 연합 회원국들에 대한 기술통제 압력도 빼놓을 수 없다.

국제제재 병행해야

npt회원국들은 오는 95년 npt의 연장여부를 놓고 투표를 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조약 내용이 수정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현지사찰과 국제제재라는 두가지 방법을 통해 핵확산을 통제할 수 있다.

핵확산의 예방은 불가능한 꿈은 아니다. 그러나 이 문제에 최우선의 관심을 갖지 않을 경우,냉전의 종식은 새로운 핵시대의 개막을 앞당길지도 모른다. <미 하버드대 국제문제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