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기업들이 부도로 도산하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어 경제위기 의식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 작년 한햇동안 6천1백여개 업체가 부도로 쓰러진데 이어 올들어서도 하루 20~30개 업체씩 쓰러지고 있는 상황은 우리가 범상히 보고넘길 일이 아니다.

도산한 업체수가 50%나 급증했다는 사실도 심각하지만 도산 업체가 중소제조업체,수출업체에서 중견기업,대기업에 내수업체 등 전 산업계로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는 것은 더욱 문제이다. 특히 작년이후 부도를 냈거나 법정관리 신청을 한 상장기업만도 20여개사에 이르러 부도 도산사태가 광범위하고 심각함을 말해주고 있다.

실제 지난 88년부터 90년까지 3년동안 전국의 평균 어음부도률은 0.04%였으나 작년에는 0.06%,올들어서는 0.08%로 급증하고 있다. 물론 최근의 기업부도,도산급증 사태가 산업구조 조정과정에서 나타나는 한계기업의 자연도태 현상으로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산업경쟁력이 가장 취약한 중소제조,수출업체부터 부도,도산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경쟁력을 상실한 한계기업은 지원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천명하고 저임에 의존했던 저부가가치 산업체들에 대해 자금공급을 기피내지 축소했던 것도 이들 기업의 도산을 가속화시킨 원인으로 지적할 수 있다. 실제 작년 한햇동안 6천여개 업체가 도산한 대신 9천5백여개의 기업이 새로 설립된 것은 국내 산업계에 구조조정이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입증해 주고 있다.

산업구조 조정과정에서 한계기업에까지 한정된 자금을 배분해서 지원해줄 수 없는 것은 금융,산업정책상 당연하다. 그러나 경쟁력이 취약한 업종이라고 해서 건실하거나 유망한 기업까지 일시적 자금난으로 흑자도산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은 최근의 자금 흐름에도 문제가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또 정부는 기회가 있을대마다 중소기업의 지원-육성을 다짐했음에도 최근 도산하는 업체의 대부분이 중소기업이어서 중소기업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어차피 우리경제에 있어 산업구조 조정이 불가피한 만큼 선거철이라는 이유로 한계기업에까지 자금공급을 늘려 일시적으로 부도를 막아주는 비정상적인 조치는 곤란하다. 파행적인 부도막아주기 보다는 저부가가치 산업의 업종 전환을 과감히 추진하고 건실-유망기업에 대해 선별적으로 금융지원을 하는 정책전환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