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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조표[金鳥印] 특허 레코드'가 있었다. 그 상표로 발매된 조선어 음반이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딱 한 장이 발견되었을 정도로 귀하다. 그런데 그런 음반을 이 지면 덕분에 세 장이나 더 만났다. 전설처럼 전해지던 음반들을 직접 보고 만질 수 있었던 것은 평생에 다시 올 수 없는 행운이었다.

이번에 발견된 금조표 특허 레코드는 10인치 음반 한 장과 7인치 음반 두 장이다. 10인치 음반<사진>에는 백운선과 김월선이 함께 노래한 '노래가락'이 앞·뒷면에 실려 있고, 7인치 음반 한 장에는 '개성난봉가'와 '양산도'가, 다른 한 장에는 '병신난봉가'와 '경복궁타령'이 수록되어 있다. 7인치 음반에 실려 있는 노래들은 모두 백운선과 김금련이 함께 불렀다. 음반 세 장에 모두 민요가 실려 있는 것도 특기할 만하다.

백운선, 김월선, 김금련은 모두 당대의 명창이었다. 셋 중에서 가장 많은 음반을 남긴 백운선은 하규일에게 사사하였다. 본명이 순향(純鄕)인 백운선은 1919년에 기적(妓籍)에 이름을 올린 후로 서른 살 넘어서까지 활동하며 뛰어난 춤과 노래로 인기를 얻었다. 김월선과 김금련의 목소리가 실린 음반의 실물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음반의 발견으로 김월선과 김금련의 목소리를 확인하게 되었으니 음반들의 가치가 크다. 여러 정황을 종합하건대 이번에 발견된 음반들은 1926년에 발매된 것으로 추정한다.

금조표 특허 레코드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정보는 일본 자료에서 찾을 수 있다. 1909년 무렵에 일본에서 수입 음반을 팔았던 사카이 긴조(酒井欽三)가 1925년부터 금조표 레코드를 발매했다. '엽서 음반'과 '부채 음반'과 같은 별난 음반도 제작했던 그는 종이 위에 천연 수지(shellac)를 얇게 발라 만든 음반을 판매했다. 7인치를 기준으로 볼 때, 이 음반은 무게가 18g 정도로 상당히 가볍다. 비교적 이른 시기에 적은 수의 음반을 발매하기도 했지만, 금조표 특허 레코드를 보기 힘든 이유를 알 만하다. 종이 재질이라 오랜 세월 동안 살아남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는 어떤 면에서 감사한 일이기도 하다.

무분별하게 버려진 CD 음반이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한다. 한 설문조사에서 'K팝의 활동이 환경오염을 일으킬 경우 그들의 상품을 구입하겠는가?'라는 질문에 82.7%가 '구입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최근 남성 아이돌 그룹 '빅톤'은 환경 보호를 위해 앱에서 작동 가능한 '플랫폼 음반'을 발매했다. 이제 지구를 위해 영원한 것이 아닌 영원하지 않은 것을 생각할 때다. 혹시 종이 음반에서 그 대안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기고자 : 장유정 단국대 자유교양대학 교수·대중음악사학자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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