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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우주 영화 3대작 '그래비티(2013)' '인터스텔라(2014)' '마션(2015)' 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무엇인가?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의 크기로만 따진다면, 내게는 단연 마션이다. 2시간 반 내내 흐르는 신나는 디스코 음악은 이 영화가 가진 강렬한 낙관주의를 뒷받침한다. 어떤 문제든지 우리는 함께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 화성에서, 지구에서, 우주선에서, 발을 딛고 있는 공간은 모두 제각각이지만, 등장인물들은 위트를 잃지 않고 협력한다.

문제와 끊임없이 씨름하는 건 누구든 인생에서 마주하는 숙제지만, 스타트업은 이 속성을 태생적으로 안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대부로 불리는 스티브 블랭크는 '스타트업이란, 반복과 확장이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임시조직'이라 정의했다. 임시조직인 만큼,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 위한 문제 해결의 페달을 멈추는 순간 스타트업은 죽는다. 화성에 홀로 남겨진 우주비행사의 지구 귀환이라는 문제를 풀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쉼없이 도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멈추는 순간 그가 죽기에.

그래서 마션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명대사를 나는 우리 팀 온보딩(Onboarding) 미팅에 사용한다. 새로운 분이 입사한 후 둘째주 화요일에 나와 만나는 자리다. 내가 준비한 자료를 설명하는 시간이 절반이고 나머지는 자유로운 질의응답으로 진행된다. 이 회사를 시작한 이유, 앞으로 우리가 함께 만들어나갈 미래, 마지막으로 새 멤버에게 기대하는 핵심 가치에 대해 이야기를 한 후 영화의 힘을 빌린다.

"우주에선 뜻대로 되는 게 아무것도 없어. 어느 순간 모든 게 틀어지고 이제 끝이구나 하는 순간이 올 거야. 포기하고 죽을 게 아니라면 살려고 노력해야 하지. 그게 전부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고 다음 문제를 해결하고 그 다음 문제도. 그러다 보면 살아서 돌아오게 된다."

새해 첫 두 달 동안 시행착오 끝에 배운 것이 하나 있다. 알고 있는 문제에 대한 새로운 방법을 찾을 때가 아니라, 아예 처음 만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경우, 리더는 무엇부터 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내 생각은 이렇다. 가장 처음 해야 하는 일은 왜(Why)와 무엇(What)에 대해 핵심 이해관계자들과 생각이 맞춰질 때까지 초반 시간을 충분히 쓰는 것이다. 이 문제를 왜 풀어야 하는지? 문제를 무엇이라고 정의할 것인지? 이 두 가지에 대한 생각이 리더와 이해관계자들 간에 잘 맞춰져 있다면, 해결을 하기 위한 방법(How to)은 최대한 가볍고 빠르게 실행해보고 시장의 반응에서 답을 찾아내는 게 최선이다. 팀원들을 믿고서.

이런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까닭은, 정확히 반대로 내가 행동했기 때문이다. 새 프로젝트들을 시작하면서, '왜'와 '무엇'에 대한 생각을 맞추는 데 초반 시간을 충분히 쓰지 못하거나, 혹은 구체적인 '방법'을 논의하는 데 시간을 오래 썼다. 결과적으로 팀이 일하는 속도를 느리게 만들었으니, 시간이 가장 귀한 자원인 스타트업에서 가장 큰 낭비를 만든 잘못을 저질렀다. 값비싼 배움이었다.

사업은 결과가 전부다. 결과를 증명하지 못한 수많은 스타트업이 오늘도 시장에서 사라진다. 하지만 어떤 결과든 납득을 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은 과정에서 나온다. 매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 했고, 배우는 것을 멈추지 않았으며, 최고의 팀플레이를 하였기에, 그래서 후회가 1%도 없다고 스스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나는 오늘도 문제해결을 위해 출근길에 나선다. 기고자 : 박소령 퍼블리 대표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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