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울진·삼척 산불 213시간만에 잡혀… 서울 면적의 41% 산림이 잿더미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에서 열흘간 이어진 산불이 13일 오전 9시 진화됐다. 지난 4일 산불이 발생한 지 213시간 43분 만으로 역대 최장이다. 울진·삼척 산불과 지난 8일 진화된 강원 동해·강릉 산불의 산림 피해 면적을 더하면 이번 동해안 산불의 피해 규모도 역대 최대다.

울진·삼척 산불은 지난 4일 오전 11시 17분 경북 울진군 두천리의 한 야산에서 처음 발화했다. 이후 불길은 강한 바람을 타고 삽시간에 강원 삼척까지 번진 뒤 열흘간 계속됐다. 산림 당국은 건조한 날씨와 강풍, 많은 연기 등으로 인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이날까지 산불이 계속됐던 울진 북면 응봉산(해발 999.7m) 지역은 산세가 험해 진화 인력 투입이 쉽지 않은 데다 짙은 연기가 헬기 조종사 시야를 가리면서 진화에 난항을 겪었다. 결국 이날 울진 지역에 17㎜의 비가 내리면서 주불을 끌 수 있었다. 울진·삼척 산불 이전 역대 최장 산불이었던 2000년 4월 강원 고성 등 동해안 산불 때도 마지막 날에 비가 내리면서 191시간 만에 불이 꺼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번 울진·삼척 등 동해안 산불로 인한 산림 피해 면적 추정치는 2만4940ha다. 서울 면적의 41%에 해당한다. 산림청이 현재와 같은 체계적인 산불 피해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86년 이후 36년 만에 최대 규모다. 지금까지 가장 피해 면적이 넓었던 2000년 동해안 산불의 2만3794ha를 넘는 수치다.

또 이번 산불로 주택 388채 등 908개 시설이 피해를 당했고, 이재민 438명이 발생했다.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울진의 한울원전과 금강송 군락지, 삼척의 LNG(액화천연가스) 생산기지 등 주요 시설과 명소도 한때 산불의 위협을 받았다. 금강송 군락지의 경우 한때 300m 앞까지 불길이 번졌으나 산림 당국이 방어에 성공해 별다른 피해는 없었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이날 "주불은 껐지만 잔불을 완전히 제거하려면 며칠이 더 걸릴 것"이라고 했다. 산림 당국은 산불 원인 규명에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중대본을 중앙수습복구지원본부로 전환하고 이재민 지원과 피해 복구 지원 대책 등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최근 산불은 산림 훼손뿐만 아니라 민가의 피해로 이어지는 만큼 중장기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면서 "특히 야간에도 주불을 적극적으로 진압할 수 있는 헬기 등 장비 도입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고자 : 울진=이승규 기자 울진=박강현 기자
본문자수 : 1237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