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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L 플레이오프 16일부터 시작
현역 쿼터백 중 가장 키 작은 머리
NFL은 한국에 여전히 생소하지만 올해는 낯선 거리감을 없애줄 선수가 있다. 바로 '애리조나의 별' 카일러 머리(25). NFC 서부지구 애리조나 카디널스의 데뷔 4년 차 쿼터백으로, 팀의 7년 만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다. 카디널스는 올 시즌 초반 7연승을 달리며 최강팀으로 꼽힐 기세였으나, 막판 연패로 부진해 콘퍼런스 5번 시드를 받았다. 18일 오전 10시 15분 LA램스와 와일드카드전을 치른다.
카일러 머리는 한국인 외할머니를 둔 한국계 선수로 종종 국내에 소개된다. 본인도 소셜 미디어에 한글을 남기며 혈통을 자랑스럽게 드러내지만, 그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독특한 배경과 팀의 기구한 역사다.
머리는 현역 쿼터백 중 체격(178㎝·95㎏)이 가장 작다. 쿼터백이 몸무게 세 자릿수 팔척장신 라인맨들과의 몸싸움을 견뎌내면서 패스 루트와 러닝 방향을 순간적으로 판단해 팀을 전진시키는 막중한 임무를 지닌 포지션임을 감안하면 쿼터백을 하기가 불가능해 보이는 신체 조건이다. 그런데도 대학 미식축구에서 하이즈먼 트로피(최고 선수상)를 받았고, NFL과 MLB(메이저리그) 모두 1라운드에 지명되는 전례 없는 기록을 세웠다. 그는 왜소한 체구 때문에 풋볼 무대에서는 성공 못 할 거란 전망을 보기 좋게 뒤집으면서 NFL 데뷔 첫해(2019) 신인왕을 받는 등 승승장구했다. 올 시즌에는 리그 정상급 경기력(14경기 3787패싱야드, 터치다운 패스 24회, 패스 성공률 69.2%)으로 데뷔 첫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올해 창단 124주년을 맞이한 애리조나 카디널스는 리그에서 최고(最古) 역사를 자랑하지만 NFL역대 최다 연패 기록(29연패)을 쓰는 등 성적은 최고와 정반대인 팀이다. 흥선대원군이 서거한 1898년 창단됐는데 지금껏 플레이오프 진출이 10회뿐이다. 1967년 시작된 수퍼볼 우승은 없고, 1947년 풋볼리그 우승이 마지막 트로피라서 북미 4대 프로 스포츠 역사상 가장 오래 우승을 못 해본 팀이라는 불명예를 갖고 있다. 카디널스가 머리를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지명하는 게 가능했던 이유도 당시 꼴찌였기 때문이다.
머리가 합류한 뒤 카디널스는 달라졌다. 그는 야구를 병행했던 경험을 살려 경기를 풀어간다. 체구는 작지만 날쌘돌이처럼 주력이 좋아 거구 라인맨들의 틈바구니를 비집고 러싱야드를 따내거나, 뛰어난 슬라이딩 스킬로 적절한 타이밍에 사이드라인으로 빠진다. 중견수를 봤던 강한 어깨도 살려 경기가 막히면 정확한 장거리 패스로 활로를 찾는다.
정신세계도 남다르다. 초등학생 체스 챔피언이었던 이력이 보여주듯 그는 상대의 움직임을 몇 수 뒤까지 내다보고 플레이하기로 이름났다. 무엇이든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라서 혹여 보드게임이라도 졌을 때는 며칠씩 방에 처박혀 패배 원인을 찾아내야만 직성이 풀린다. 그를 MLB 1라운드 신인으로 지명했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머리의 성격 검사를 했더니 승리욕이 역대 최고점이 나왔다"고 했다.
쿼터백은 미국에서 최고 스타 대접을 받는 자리지만, 그는 파티를 멀리하고 혼자 집에서 경기 영상을 되돌려보는 것을 즐긴다. 별명이 '조용한 고양이'인데, 머리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내가 인생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기 때문에 술이고 마약이고 유흥엔 관심이 전혀 없다. 그저 내 일을 쉽게(easy) 해내서 가장 위대한 선수가 되는 것만 생각한다"고 했다.
머리는 18일 와일드카드전에서 LA램스의 베테랑 쿼터백 매슈 스태퍼드(34)와 맞붙는다. 전문가들은 카디널스의 주축인 J.J. 와트(수비수)나 제임스 코너(와이드 리시버) 등이 부상에 시달려 플레이오프 전망이 어둡다고 내다본다. 머리는 그래서 더욱 칼을 간다.
"남들이 안 된다고 할 때 되게 하는 것, 그게 스포츠를 하는 이유 아닌가요."
[그래픽] 카일러 머리(25) / 2021-2022시즌 NFL 플레이오프 일정 기고자 : 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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