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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제주도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기생화산) 정월대보름 들불축제장. 행사 진행 요원들이 오름을 오르내리며 불씨가 다른 곳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방화선(防火線)을 살펴보고 있었다. 방화선은 풀을 모두 깎아 불길이 번지지 못하게 하는 공간으로, 오름 둘레 3㎞를 따라 너비 50m 규모로 만들어져 있었다. 방화선 옆에는 등반객들의 오름 출입을 막는 철조망이 놓여 있었다.

제주도가 '정월대보름 들불축제 불놓기 행사'(14일)를 하루 앞두고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올해 13회째인 이 들불축제는 지난 12일 개막돼 14일까지 이어진다. 하이라이트인 오름 불놓기는 높이 119m 오름 30만㎡를 태우는 행사로, 마지막 날인 14일 오후 6시 소망이 적힌 '소원지'가 달린 달집을 태우는 것으로 시작된다. 제주시는 6만 여명이 이 행사를 구경할 것으로 보고 있다.
행사를 주최한 제주시는 경남 창녕군 화왕산에서 발생한 '억새태우기 화재 참사'와 같은 불상사가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한 대비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했다. 더구나 지난 12일 밤부터 13일까지 초속 25m가 넘는 강풍이 불면서 천막이 파손되고 횃불대행진과 불꽃쇼 등 일부 프로그램이 취소돼 긴장도는 더 했다. 때문에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오름 불놓기 행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그러나 제주시는 최종적으로 "안전에 문제 없다"고 판단하고, 불놓기를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우선 화왕산과 새별오름은 구조적으로 다르다는 게 제주시 판단이다. 화왕산은 관람객들이 산 정상에서 불이 타는 억새 평원을 내려다 보는 분지(盆地) 형태로, 긴급 상황에 대피할 수 있는 공간이 없는 반면, 들불축제는 오름 앞 넓은 들판에서 불타는 오름을 올려다보는 방식이다. 또 겨울철 비수기에 관광객을 끌어오는 효자 이벤트로, 제주의 대표적 축제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었다. 작년 사흘 동안 열린 들불축제에 참가한 연인원은 30만명이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제주시는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휴대용 펌프를 지닌 진화인력을 예년 110명에서 250명으로 늘렸고, 소방차도 15대 배치했다. 또 제주의 변화무쌍한 날씨에 대비해 인근 기상대를 통해 실시간으로 풍향·풍속을 체크하고 있다.

강택상 제주시장은 "다행히 비가 적당히 내렸고, 강풍주의보도 14일 오전 해제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초속 10m를 넘는 바람이 불면 바로 행사를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기고자 : 오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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