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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해명이라 보기도 어렵다. 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신해철은 입시위주 교육 정책을 특유의 독설로 줄곧 비판해 왔다. "미래에 대해 확실한 목표나 꿈 없이 입시노동을 강요하는 것은 청소년을 노예로 만드는 것" "우리 아이들이 24시간 여는 학원에 가야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등 강도 높은 발언을 연발해 왔다. 광고 게재 시점까지는 언행불일치(言行不一致)였던 것이, 이제는 언언불일치(言言不一致)가 됐다.
사실 이런 일은 신해철이 처음은 아니다. 연예인들의 언행불일치는 흔한 일이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먹는 게 낫다"고 주장했던 배우 김민선은 그 발언을 하기 전에 한 TV프로그램에서 미국을 방문, 유명 패스트푸드 체인 햄버거를 사먹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스크린쿼터 사수를 위해 노무현 당시 대선후보 지지를 표명했던 배우 명계남은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스크린쿼터 완화를 시도하자 스크린쿼터 저지 현장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기묘한 것은, 이 같은 언행불일치가 일어나도 연예인 본인에겐 큰 피해가 없다는 사실이다. 김민선은 지난 가을 자신의 주연 영화 '미인도'를 크게 성공시켰다. 신해철 역시 이번 사건 이후에도 여전히 음악 영역에서 인기를 구가할 것이다. 어차피 대중이 사고 있는 건 이들의 본업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회운동가·정치가로서 기능하고 있질 않다.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대체 왜 미디어는 자신의 발언을 책임지지 않고, 책임지지 않아도 별 피해가 없는 연예인의 사회적 발언을 중히 다뤄주느냐는 것이다. 단순히 보면 그저 상업주의 탓이다. 특수 사안일지라도 전문분야 지식인보다 한류스타 발언이 주목도 높은 것은 당연하다. 넓게 봐도 미국 연예언론의 속성을 그대로 가져온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섣불리 미국식 개념을 가져오는 건 위험하다. 한국과 미국은 대중문화산업 구조 자체가 다르다.
일단 한국 대중문화산업은 미국처럼 판이 크고 체계화된 구조가 아니다. 자기 소신과 발언에 충실한 커리어를 쌓아나가기 어렵다. 유명 연예인들까지도 생계 문제에 맞닥뜨리기 일쑤다. 티베트해방운동을 벌이는 미국배우 리처드 기어처럼, 뜻에 맞지 않는 방송출연 안 하고, 사회관과 일치하는 중국정부 비판 영화만 골라서 출연할 수 있는 환경이 못 된다. 따라서 이들에게서 언행일치를 요구한다는 것 자체가 어림도 없는 일이다. 자기 말도 제대로 지킬 수 없는 이들의 발언을 중시해야 할 이유는 없다.
또한 인터넷 시대 연예 산업 속성 문제가 있다. 한국에서 연예인의 생존은 현재 포털사이트 내에서의 기사 노출도에 달려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같은 신비주의 전략이 잘 안 먹힌다. 연예계 이슈보다 더 큰 사회적 이슈가 닥치면, 이에 반응을 해줘야 자기 존재감이 유지된다. 별다른 전문지식이 없어 개인적 소견을 갖추지 못했더라도, 일단 대중이 요구하는 방향을 따라 어떤 발언이라도 내뱉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애초 소신발언이라기보다 인기 유지용 전략에 가깝다. 미디어가 연예인 홍보사도 아니고, 인기몰이 발언까지 일일이 다뤄줄 이유 또한 없다.
사회적 발언의 근간은 '책임감'이다. 책임감은 자신의 사회적 위치와 직결되는 사안에 닥쳤을 때 나온다. 자신의 말과 행동을 책임지지 못했을 때 커리어와 위상에서 결정적 타격을 받는 인물의 발언만을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예인은 연예 산업에 대해 이야기할 때 책임감이 생긴다. 매니지먼트 시스템의 폐해, 극장의 수직계열화 문제 등에 대해 발언할 때, 연예인은 자신의 말에 따라 직접적인 피해를 보게 된다. 그만큼 많은 고민을 통해 신중한 발언이 나오게 된다.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사회적 발언은 일반인들도 실시간으로 쉴 틈 없이 내뱉고 있다. 전문지식도 책임감도 없는 가수의 얼굴만 믿고 같은 속성의 발언이 공적 논객처럼 중히 취급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애초에 신해철은 가수이지 논객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 문 원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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