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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의 자율조정에 맡겨졌던 석유화학 설비투자가 중복-과잉투자됐다는 논란끝에 다시 정부의 교통정리를 받게됐다. 상공부는 12일 공급과잉 상태인 나프타 분해공장과 중간 원료(sm)-합성섬유 원료의 설비투자를 억제하고 계열제품간 처리능력에 불균형을 보이고 있는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일부 설비증설을 허용키로 했다.

합성고무 93년이후 재론

또 합성섬유 원료인 카프롤락탐은 현재 공급이 부족한 상태이지만 동양나일론과 코오롱이 건설중인 공장이 완공되는 95년에는 수급이 균형을 이룰 것이란 판단아래 은행대출 억제 등의 방법으로 더이상의 신규투자는 규제할 방침이다. 95년부터 일부 품목에 공급부족이 예상되는 합성고무는 93년이후 신규투자 허용여부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이에따라 합성수지 설비투자를 추진해 온 대림산업은 폴리프로필렌(pp)과 선형저밀도 폴리에틸렌(lldpe) 공장을 건설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며 유공의 경우도 기초 유분 생산공장의 가동상태에 따라 합성수지 공장을 지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합성고무공장 참여를 희망했던 현대석유화학은 일단 올해는 설비투자를 할 수 없게 됐다.

이번 석유화학 분야 투자합리화 방안에 대해 기존업체와 신규진출 예정업체는 서로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존 업체는 "그렇지 않아도 공급과잉 상태를 겪고 있는데 신규투자를 허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반해 신규참여 기업들은 "공식적으로는 투자자유화 업종으로 지정해 놓고 뒤늦게 이런저런 규제를 가하는 것은 공평하지 못하다"고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다.

내수-수출상승 전제

상공부는 이번 투자합리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내수는 물론,동남아 지역에 대한 수출이 꾸준히 늘어나는 것을 전제로 했다. 올들어 60%이상의 폭발적인 수출신장세를 보이고 있는 범용 합성수지 제품의 경우 수출실적이 지난해 96만t에서 올해는 1백56만t으로 늘어날 것으로 잡고 있다. 이처럼 수출이 호조를 보일 경우에는 공급초과가 95년 4.3%에 머무를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중국을 비롯,태국,인도네시아,인도 등 우리의 주요 수출대상국이 경쟁적으로 설비투자에 나서고 있어 유화수출의 호황이 지속되리라는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70년부터 꾸준히 석유화학 산업을 육성해 온 태국은 90년 퍼드공단에 6개의 합성수지 공단을 준공,가동시킨데 이어 94년까지 7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중이다.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도 각각 37만5천-40만t 규모의 에틸렌 생산공장을 건설할 채비를 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그렇지 않아도 기존설비의 고정비를 회수하기 위해 이익여부에 관계없이 수출에 나서고 있는 업체가 많은 상태에서 동남아 국가들의 석유화학 설비가 완공되면 국내기업의 설 땅이 없어진다는 지적이 높다. 국내업계에서도 정부의 투자합리화 방안과는 별도로 원료구조의 다각화를 추진하는 등 경쟁력 강화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대림산업 성기웅전무는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경쟁력 강화방안의 하나로 "동남아 지역에 대한 저가형 수출에 만족하기보다는 고기능성 수지 등 고부가가치를 지닌 다운스트림 제품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석종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