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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등 국제사회 비난 쏟아져

최근 160여 명이 사망한 대규모 유혈 반(反)정부 사태가 발생한 카자흐스탄에서 무력 진압 현장에 동원된 카자흐 군인들이 유엔 평화유지군을 상징하는 파란색 방탄모를 착용한 사실이 드러나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

평화유지군은 1950년대부터 분쟁 지역에서 파란색 방탄모를 쓰고 활동해 '블루 헬멧'이라 불린다. 워싱턴포스트(WP)는 유엔의 스테판 두자릭 대변인이 10일(현지 시각) 카자흐 정부에 군의 유엔 휘장(insignia) 무단 사용과 관련, 우려를 표명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최근 소셜미디어(SNS)에는 지난주 카자흐 알마티 지역에서 발생한 시위 진압 현장에서 카자흐 군복을 입은 병력 일부가 블루 헬멧을 착용한 장면이 찍힌 사진이 확산했다. 두자릭 대변인은 "유엔 평화유지군 임무를 수행하지 않는 병력의 유엔 휘장 사용은 엄격히 금지돼 있다"고 말했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지난 2일 차량용 LPG 값 폭등에 항의하며 시작한 시위가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격화했다. 지난 4일 최대 도시 알마티에서 5000여 명의 시위대가 시청을 점거하고 경찰차를 불태우며 정권 퇴진을 요구하자 군부대가 투입됐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은 러시아에 진압 부대 지원을 요청하고, 군대에 시위대에 대한 경고 없는 발포와 조준 사격을 허가하며 유혈 진압을 강행했다. 이번 사태로 최소 164명이 숨졌고, 9900여 명이 구금됐다고 WP는 전했다. 마그잔 일리야소프 유엔 주재 카자흐스탄 대사는 10일 "블루 헬멧을 착용한 병력은 카자흐 국방부의 평화유지부대 소속이며, 시위대 진압이 아니라 주요 시설 보호에 투입됐다"고 해명했다. 그는 "헬멧을 제외하고는 유엔 휘장이 쓰인 다른 장비를 사용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번 반정부 사태 진압에는 러시아군 공수부대가 구(舊)소련 6국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의 '평화유지군' 소속으로 긴급 투입됐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CSTO 평화유지군이 주요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유엔의 블루 헬멧을 착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국제법상 국제적인 분쟁 상황에서 유엔 평화유지군 소속이 아닌 병력이 유엔 휘장을 무단으로 사용할 경우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 기고자 :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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