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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로 오토바이 거리는 활기

지난 5일 서울 중구 퇴계로의 오토바이 거리. 약 350m 도로 한쪽으로 오토바이 가게 30여 곳이 쭉 들어서 있는 이 일대는 평일 오전인데도 오토바이를 사거나 점검받으려는 사람들로 부산스러웠다. 가게 앞 인도는 오토바이 수백대와 그 사이로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한 오토바이 가게 직원 신광연(35)씨는 "매일 손님 10여 명이 가게에 오는데, 이 중 3~4명은 오토바이를 사간다"며 "매출은 코로나 전보다 오히려 올랐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 2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이어지며 다수 자영업자들은 "더 버티기 어렵다"며 거리로 나와 집회를 벌이지만 지난 5~6일 찾은 오토바이 거리 분위기는 딴판이었다. 이런 '나 홀로 호황'을 만든 오토바이 거리의 고객 상당수는 코로나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이들이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오토바이 배달 수요가 늘자, 코로나 사태로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나 수입이 줄어 부업으로 배달에 나선 자영업자 등이 배달 전선에 뛰어들면서 이곳이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 만난 김선미(54)씨는 작은 호프집을 운영하다 코로나 첫해 야간 영업제한의 직격탄을 맞았다고 했다. 남편은 몇 년 전 병으로 쓰러져 일을 할 수 없는 상태라 홀로 호프집을 운영해왔는데, 손님이 줄면서 부업으로 오토바이 배달을 시작했다고 한다.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버틸 수 없었던 그는 작년 1월 호프집 문을 닫고 전업 배달원이 됐다. 그는 "서러운 일도 많고 일주일 전엔 접촉 사고까지 나 힘들었지만 두 딸 생각을 하며 매일 오토바이를 탄다"고 했다.

지난 6일 만난 이경윤(58)씨는 "오늘이 처음 배달하는 날"이라고 했다. 한때 한 달에 2000만원을 벌었던 여행 가이드였다고 한다. 하지만 코로나로 일이 끊기자 대리기사로 일하며 한 달에 200만원 남짓을 벌었다고 했다. 그는 "먹고살기 위해선 다른 일을 꼭 해야 했고, 여기서 만난 다른 배달 기사에게 앱으로 배달콜 받는 방법을 배웠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가 끝나면 프리랜서로 여행 분야에서 일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배달 수요가 많은 서울로 상경한 사람도 있었다. 강원도 인제에 살던 화가 김도현(52)씨는 코로나 초기였던 재작년 3월 서울로 올라와 배달을 시작했다고 했다. 코로나로 전시회 등을 통해 얻던 수입이 뚝 끊긴 탓이다. 그는 지금 서울 중구의 월세 40만원짜리 오피스텔에 살며 하루 8시간 배달을 한다. 그는 "고되지만 다시 그림을 그릴 날을 생각하며 버틴다"고 했다.

이날 이 거리에서 만난 이들에게 새해 소망을 물었더니 상당수가 "안전운전"이라고 했다. 이모(39)씨는 "열한 살짜리 아이와 다섯 살짜리 세 쌍둥이가 있는데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새해엔 열심히 그리고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달 31일 일하던 식당에서 해고된 정선우(26)씨의 목표 역시 '무사고'였다. 그는 "언젠가 상황이 좋아지면 제 이름을 건 번듯한 식당을 차리고 싶다"고 했다. 기고자 : 신현지 기자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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