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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서 사람들이 수직의 벽을 탄다. 경사가 127도에 이르는 인공 암벽도 있다. 높이는 5.7m. 벽에 다양한 형태의 홀드가 붙어 있는데 색깔로 난이도를 가늠할 수 있다. 빨간색이 가장 쉽고 회색이 가장 어렵다. 바닥에는 두툼한 안전 매트가 깔려 있다. 손에 하얗게 초크 가루를 묻힌 젊은 여성이 '어떤 코스로 갈까' 구상하다 날렵하게 벽을 기어오르기 시작한다.

지난 11일 서울 종로3가에 있는 CGV피카디리1958. 이달 초 지하 4층 상영관 두 곳을 터 스포츠 클라이밍 짐 '피커스'를 만들었다. 동호인들은 도심에 등장한 '영화관 속 암장(巖場)'이라 부른다. 실내에 빠른 비트의 팝이 흘러나왔다. 입구와 천장 빼고는 다 바꿔 상영관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클라이밍을 한 지 3년 됐다는 윤모(44)씨는 "영화관을 개조해 층고가 높고 시원시원하다"며 "내부를 인스타그램 감성으로 잘 꾸며놓아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했다.

CGV는 코로나 사태로 관객이 줄자 상영관을 게임장, 강연장, 결혼식 중계장, 공연장 등으로 빌려주며 공간 재활용을 실험해 왔다. 클라이밍 짐은 과감하게 돈을 들여 불가역적 리뉴얼을 한 최초의 시도. CGV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졌는데 클라이밍은 높은 집중력과 효율적 움직임을 요구하는 전신운동"이라며 "암벽 타는 모습을 촬영해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는 자기만족 트렌드와도 맞아 인기"라고 했다. 기고자 : 박돈규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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