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그가 물었다. "자, 기분이 어떤가요?"

내가 웃으며 대답했다. "이루 말할 수 없군요. 잊지 못하시겠어요."

"그럼요. 잊을 수 없죠. 어제 일 같은걸요." 그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 말은 해야겠군요. 당신은 어마어마한 일을 겪게 될 거요. 그걸 하루하루 명심해야 해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08년 대통령으로 선출되었을 때, 당선인 신분으로 백악관을 방문해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과 나눈 대화입니다. 900쪽 넘는 오바마 회고록 '약속의 땅'에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이 장면이라 생각합니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를 언급하다가 부시는 말합니다. "좋은 소식은 말이죠. 버락, 당신이 취임할 때쯤이면 진짜 힘든 일들은 우리가 당신을 위해 해결해 놨으리라는 거요. 새하얀 백지에서 시작할 수 있을 거예요."

한동안 말문이 막혔던 오바마는 부시에게 말하지요. "금융 위기 대응을 위해 타프(TARP·부실 자산 구제 프로그램)를 통과시키는 건 당신에게 크나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죠. 여론과 당신 당에 속한 많은 사람의 반대를 무릅쓰고 나라를 위해 결단을 내렸으니까요."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며칠 전 끝났습니다. 분열의 시대가 막을 내리길 희망하며 오바마의 말을 옮겨 적어 봅니다. "부시를 바라보며 그가 대통령 당선자로서 오벌 오피스(백악관 집무실)에 처음 걸어 들어가면서 품었을 모든 희망과 확신을 상상해 보았다. 나 못지않게 이 빛에 눈부셨을 테고, 나 못지않게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겠다는 열망을 품었을 테고, 나 못지않게 역사가 자신의 대통령 임기를 성공적으로 평가하리라고 확신했으리라." 기고자 : 곽아람 Books 팀장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855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