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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헌터 에릭슨 지음 | 리 개틀린 그림 | 문주선 옮김 | 바둑이 하우스 | 34쪽 | 1만4500원

소년 스탠리 리버는 미국 뉴욕 브롱크스의 개미굴만큼 작은 집에서 살았다. 창문도 없는 방, 기괴한 프랑켄슈타인과 셰익스피어 작품 속 짓궂은 악당과 마법사는 가장 좋은 친구였다. 예쁜 돌은 깊고 뜨거운 땅속에서 만들어진다. 소년의 가장 값진 수퍼 파워 '이야기를 만드는 힘' 역시 가난과 외로움 속에서 자라났다.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헐크…. 마블 수퍼 영웅들의 아버지 '스탠 리' 이야기다.

가난한 집 장남은 열여섯 살 때부터 돈을 벌었다. 만화 잡지 '타임리 코믹스' 사환으로 취직한 것은 운명이었다. '캡틴 아메리카'의 모자라는 대사를 채우는 보조 작가 기회를 잡았고, 10대에 이미 편집자이자 스토리 작가가 된다. 품행 반듯한 히어로의 뻔한 활약만 팔리던 유행에 젖어 매너리즘에 빠질 무렵, 그는 브롱크스의 소년 시절을 떠올린다. 학교 댄스파티 파트너도 못 구하는 과학 괴짜 고아에다 외톨이, 하지만 자신을 따돌리고 괴롭힌 사람들까지 지키려 애쓰는 수퍼 영웅 스파이더맨을 만들어냈다.

스파이더맨의 대흥행 뒤, 그의 마음속 불완전한 영웅들이 잇따라 세상으로 불려 나왔다. 방사선 돌연변이 녹색 괴물 헐크, 마법사가 된 의사 닥터 스트레인지,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오만한 천재 아이언맨이 태어났다. 그의 수퍼 영웅들은 인간적이었다. 그들의 힘의 원천은 가족이나 연인의 죽음, 왜소함이나 장애 같은 결점, 가난과 외로움, 인정받지 못하는 엉뚱함이었다.

히어로의 조건을 묻는 독자 질문을 받고, 그는 잡지 '마블 코믹' 편집자 코너에 이렇게 썼다. "사람들을 돕는 데 꼭 거미줄을 쏘는 능력이나 강철 슈트가 필요하진 않아요. 옳다고 믿는 일을 좇는다면 누구나 히어로가 될 수 있지요. 그걸로 충분하답니다." 기고자 : 이태훈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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