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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놓고 경쟁하자＂

선거의 결과는 놀라웠다. 0.73%의 차이. 이긴 쪽도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고, 진 쪽도 아쉬움이 너무 컸다. 그래서 양쪽 다 머릿속이 복잡하다. 대선에서 이겼지만 국회 권력은 민주당에 있는 윤석열 당선인 입장이나, 국회에서 절대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으나 행정 권력은 잃어버린 민주당의 입장을 고려하면 누구도 국정을 일방적으로 밀고 나가기 어렵게 됐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그저 좋은 말이 그야말로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 시대를 살아야 한다.

선거 결과는,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지는 않지만 우리 국민이 그토록 원하던 공동 정부, 협치 정부의 길을 제시했다. 프랑스식 동거 정부(cohabitation) 같은 여소야대(與小野大) 분점 정부(divided government)를 선택했다. 투덜거려 봐야 소용없다. 국민들의 결정이다.

이 동거 정부는 한쪽이 자기가 가진 권력만 휘두르며 상대를 공격할 경우 모두가 죽는다. 나라를 위해, 모두를 위해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상황을 지혜롭게 관리해야 한다. 윤석열 당선인이 약속한 것처럼 "국민 통합 정부"가 아니면 극심한 대립 속에서 대한민국은 미래 성장 동력을 상실할 것이다. 선거 결과와 지금의 권력 지형은 묘하게 우리 모두에게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내놓고 있다.

정치는 시소게임이다. 내가 힘이 있고 무게가 많이 나간다고 내리누르면 어라? 상대만 더 뜬다. 나는 땅바닥에 머물러야만 한다. 서로 균형을 맞추고 호흡을 맞춰야 재미있는 시소게임처럼 국민들은 대선에서 누구도 방심하거나 낙심하지 않을 만큼의 지지를 나눠주셨다.

그리고 행정 권력과 국회 권력의 절묘한 분점도 만들어주셨다. 절묘한 균형과 발전을 향해 갈 것인지, 서로 고만고만한 권력을 쥐고 서로를 죽이려 하다 다 망칠 것인지 당선인이 하기에 달렸다.

정치에서는 상대방 집단의 수준이 떨어지면 우리 집단의 수준도 같이 떨어지게 되어 있다. 반대로 윤석열 정부가 좋은 정치를 하려고 노력할 때, 민주당은 그것보다 더 좋은 정치를 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래서 새 정부에 바라는 말들은, 사실은 우리 민주당의 더 나은 내일을 도모하는 제언이기도 하다.

민주당이 지난 대선 기간 약속한 정치 개혁과 통합 정치는 모두 민주당의 혁신과 쇄신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더 좋은 정당이 되고 더 나은 정치를 보여 드리는 것이 대한민국의 성공을 위한 길이자 민주당이 다시 정권을 찾아올 수 있는 지름길임을 잘 안다. 나는 그것을 위해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가시밭길을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다.

윤석열 당선인에게 조언 하나 더 드린다.

"문제가 생기면 늘 전 정권과 비교하고, 남자와 여자를 갈라치기 하시라. 대선 공약은 국민적 합의를 거쳤으니 밀어붙여도 된다 믿으시라. 인기 없는 개혁은 뒤로 미루시라. 과오는 떠넘기고 공로는 빼앗으시라. 역경을 뚫어온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즉 측근들의 잘못이 드러나면 넓은 아량으로 덮어 주시라."

윤석열 당선인이 힘들고 어려운 고비를 맞을 때마다 이런 식의 달콤한 전략을 제시하는 주변 사람들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조심하시라. 그런 사람들이 바로 당선인을 망칠 간신이고 나라를 망칠 역적들이다.

새 정부가 갈라치기와 분열의 정치, 정치 보복과 적폐 수사 등 잔챙이 정치의 협곡으로 빠지는 것은 국민들이 보내주신 신호를 잘못 파악하는 일이다. 새 정부가 싸우고 경쟁해야 할 대상은 지난 정권이나 야당이 아니라, 지금 이대로 놔뒀을 때 예상되는 대한민국의 미래 모습이다. 새 정부의 통합과 협치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향해 질주하길 바라며, 특정 선수의 득점이 아닌 대한민국 전체의 득점을 위해 운동장을 넓게 쓰는 윤석열 정부를 기대한다. 혁신을 다짐하는 민주당과 대한민국 미래를 놓고 경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