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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관악캠퍼스 남동쪽 순환도로 부근의 대형연구소지대. 반도체,신소재,자동화시스템,정밀기계설계,컴퓨터신기술,뉴미디어통신 등 6개 공동연구소와 유전공학연구소,공학연구소 . 산업과 대학이 만나는 곳이다.

대학의 연구수준을 높이고 기술입국의 터전이 되는 것은 이들 연구소에 대한 모두의 소망이다.

그러나 들리는 것은 신음소리뿐이다. 첨단장비 72종 2백38점(3백39만달러어치)을 갖고 있는 유전공학연구소. 이 연구소의 올해 국고예산에 시설장비 유지보수비는 한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기본적인 국제학술지 20종 가운데 3종만 받아볼 수 있다. 교수 1인당 한달 재료비는 놀랍게도 10만원이 채 안된다. "외양은 세계수준으로 번들번들하지만 연구는 할 수 없는 여건입니다. "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에서 5년간 근무하고 작년에 귀국한 이 연구소 분자유전학 연구실장 이병재 교수의 진단이다. 반도체 공학연구소와 함께 가장 낫다는 곳이 이렇다. 산학연 공동연구의 현주소다.

기업들은 서울대 부소대형 공학계열 공동연구소에 건축비로 1백36억원을 투자했다. 그들에게 연구소 운영비까지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대학에 연구를 의뢰하면 어떤 논문이 나올지 의문이 갈 때가 많다. " 대학연구에 대한 기업측의 인식이 이렇다.

미 국방부 해군연구소(onr)가 연구과제를 공개 모집하면 경쟁률은 늘 5대1 가량이다. 탈락 교수들은 연구계획서를 들고 다른 기관이나 기업을 찾아간다. 기업인이 가만히 앉아있는 교수들에게 연구비를 싸들고 가는게 아니다.

연구계약고는 교수 연구활동의 척도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그것을 산업현장에 이해시키는 적극성에 비례한다. 45억8천만원대 75억2천만원. 서울공대와 포항공대의 91년도 연구계약고는 포항이 29억4천만원을 앞섰다. 90년에 96억7천만원까지 올라갔던 서울의 계약고가 작년에는 뚝 떨어졌다. 경기침체의 영향이라는게 서울공대 교수들의 분석.

포항은 자립과 도태의 논리를 세우고 있다. 연구소는 매 3년마다 실적을 평가받는다.

적자생존의 원리는 냉혹하다. 미국 at&t bell 연구소는 일정기간에 한번씩 각 연구실별로 연구원들의 업적을 평가해 등수를 매긴다.

상위권에 들어가면 봉급을 올려주고 훌륭한 업적에는 포상금도 따른다. 서열이 낮으면 봉급부터 묶는다. 그런 연구원은 새로운 일을 맡기도 어렵고 결국 도태의 길을 걷게 된다. 서울공대에서 연구소나 연구원 평가를 실시했다는 기록은 찾을 수 없다.

서울공대 공학연구소는 90년 8월 중소기업 연구개발 컨소시엄(strac) 을 설립했다. 14개 회원사의 첨단기술 과제를 연구해 1년여만에 신제품 8개를 만들어 냈다. 특허도 18개나 획득했다. 연구원은 교수 10명과 대학원생 15명. 우리 풍토에선 참신한 기획이었고 그만큼 각광도 받았다.

그러나 1년만의 적자가 7천2백만원. 회비를 완납하지 않고 슬며시 빠져 나간 회사가 6개나 됐다. 수입가 1억원짜리 cad/cam(컴퓨터를 이용한 설계 및 가공장치). 그걸 청계천에서 5백70만원에 구입한 부품으로 만들어 대학원생들이 2개월동안 합숙하며 사용법까지 지도해 준 회사도 나가 버렸다.

생산성이 3백50%나 높아졌는데도 회비 1천만원이 아까웠던 것이다. 산학협동의 또다른 현실이다.

전담교수와 연구원은 연구소를 주도하는 핵심이다.

하버드대 mit공대 스탠퍼드대 미시간대 등은 전담교수만 30~35명씩 두고 있다. 일본의 국립대 연구소도 동경대의 평균 40명을 비롯,경도대 대판대 구주대 동북대 등 26~29명씩 확보하고 있다.

동경대 생산기술 연구소는 전담교수 96명에 강사와 조교가 84명이나 된다. 서울대의 연구소 전담교수는 모두 합쳐서 33명. 평균 2 3명에 불과하다. 이공계통 연구소로는 유전공학 의 8명, 반도체 의 9명이 전부다. 올해안에 20명을 확충키로 했으나 국제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국제기술 경쟁에서 뒤지자 화급하게 첨단연구소를 설립해 놓고 걸음마도 하기전에 뛰라고 몰아대는 정부. 우선 먹기 편한 외국 기술도입에 큰 관심을 기울이는 기업. 입만 열면 여건만을 탓하는 교수들. 서울대 첨단연구소의 현실은 우리 산학연 공동연구를 가로막는 장애물 바로 그것이다. <권문한 사회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