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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물 마셔도 돼?" "나 화장실 가도 돼?" "나 이거 하나 먹어도 돼?"….

당연히 해도 되는 일까지 물어보는 아이들이 있어요. 이럴 때는 자기 확신감이나 자신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자신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결정에 대한 확신을 할 수 없어요. 그래서 자기보다 좀 더 많이 알고 있고 상황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에게 자꾸 묻게 돼요.

자기 확신감이나 신뢰감은 부모의 양육 태도 때문에 떨어질 수 있어요. 부모가 실수를 잘 허용해 주지 않을 때 아이는 자꾸 물어보게 돼요. 마음대로 하고 싶어도 실수하면 혼나기 때문이에요. 부모가 아이에게 보이는 반응이 늘 시큰둥해도 매번 해도 되는지 안 되는지를 물어보게 되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기준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에요.

아이들이 계속 당연한 것을 묻는다면 확실하게 기준을 만들어 줘야 해요. 예컨대 아이가 책상 위에 마시라고 놓아둔 주스를 보고 "이거 마셔도 돼요?"라고 묻는다면, "어. 너 마시라고 둔 거야. 마음대로 마셔도 돼. 더 마셔도 되고, 먹기 싫으면 남겨도 돼. 다음에도 그렇게 해"라고 대답해 주세요. 이후 아이가 "하나 더 마셔도 돼요?"라고 묻는다면 "아까 내가 뭐라고 했지?"라고 물어주세요. 그러면 아이는 '더 먹어도 된다'고 생각하게 될 거예요. 이런 식으로 말해주면 어떤 일을 할 때의 기준이 생겨요. 자기가 내린 결정을 상대방으로부터 수용받는 경험도 할 수 있어요.

아이의 의견을 물어보는 방법도 있어요. 예를 들어 아이가 물을 마셔도 되느냐고 물었을 때, "넌 어떻게 생각해?"라고 되물어주는 거예요. 부모가 아닌 아이가 최종 결정자가 되도록 대화를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에요. 아이가 "목이 마르면 물을 마셔야 해요"라고 대답하면, "바로 그거야. 물어볼 필요가 없지"라고 말해주면 된답니다. 기고자 : 오은영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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