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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세와 9단이 주축… 총 32명
백홍석·오유진 세계 제패 경력, 이동훈·박하민 등 98년생 '절정기'

임인년(壬寅年) 새해를 맞아 바둑 전사(戰士)들도 새로운 의욕으로 가득하다. 올해의 주인공은 백수(百獸)의 왕으로 불리는 호랑이. 강한 힘, 민첩한 동작, 영민한 판단력은 호랑이만의 특질이자 프로기사들이 탐내는 덕목이다.

범띠 해에 태어나 범띠 해를 맞는 프로기사는 모두 32명에 이른다. 전체 392명 중 8.2%에 달하는 숫자다. 연령대별로는 98년생이 16명, 86년생이 12명. 새해 만 24세와 36세가 되는 청년 기사가 전체 범띠의 9할에 육박한다. 9단이 10명으로 가장 많고 평균 단위는 6.3단이다.

면면을 둘러보면 호랑이 이미지에 걸맞은 맹장들이 즐비하다. 가장 높은 곳까지 올랐던 기사는 백홍석(36) 9단. 꼭 10년 전인 2012년 비씨카드배와 TV아시아 등 세계 2관왕을 달성했다. 그 시절 백 9단은 발군의 감각과 깊은 수읽기로 반상을 뛰어다닌 한 마리 비호(飛虎)였다.

오유진(24)도 세계 정복 경험자다. 2016년 궁륭산병성배를 제패했다. 3연속 반집 승을 따내는 과정에서 범 같은 치밀함, 민첩함을 유감 없이 발휘했다. 20년 전 16회 후지쓰배 결승서 이세돌과 맞붙는 등 '아시아의 호랑이'로 서슬 퍼렇던 송태곤(36)도 올해 네 번째 '자신의 해'를 맞는다.

바둑계에선 기사의 절정 연령을 대략 10대 후반~20대 중반 사이 5, 6년으로 본다. 올해 24세가 되는 98년생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 그룹에서 선두를 달려온 기사는 이동훈 9단. 한국 랭킹 4위인 그는 지난주 '지존' 신진서를 꺾고 우슬봉조배 결승에 진출, 기세 좋게 새해를 열어젖혔다.

'박정환 킬러'로 떠오른 박하민, 2020년 크라운해태배 우승자 송지훈, 2020 이붕배 주인공 문유빈, 바둑리그서 순항 중인 박건호, 그리고 심재익 송규상 등이 98년생이다. 박하민은 "범띠 해를 맞아 더 잘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특히 가을에 열릴 아시안게임 등 세계 무대에서 존재를 알리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여성 범띠 기사들도 무섭다. 86년생 김혜민과 배윤진, 98년생 김다영 오유진 조승아 강지수 등 6명이 버티고 있다. 특히 오유진과 조승아는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며 최정 아성을 협공 중이다. 리더 격인 주부 기사 김혜민 9단은 "평소엔 얌전하다가도 바둑판 앞에만 앉으면 용맹을 떨치는 투사들"이라며 "나도 호랑이 '줌마파워'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허영호(36) 9단은 태어난 1986년, 최고 실적을 올린 2010년이 모두 호랑이 해였다. 삼성화재배 준우승, 춘란배 4강, 바둑대상(大賞) 감투상 등이 2010년 그의 성적표다. 기사회장 차민수(72) 6단은 범띠 해인 74년 입단해 두 차례 후지쓰배 8강에 올랐고, 세계적 포커 선수로도 활약하는 등 '용맹한 범'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86·98년생을 제외한 범띠 기사는 차민수와 이기섭(72) 8단, 유병호(72) 9단, 김영삼(48) 9단까지 4명뿐이다. 노소(老少) 호랑이들 틈에서 교량 역할을 하는 김영삼은 "올해는 범띠 기사들이 숨겨온 발톱을 드러내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2010년생 '아기 호랑이' 탄생 소식은 좀 더 기다려야 할 전망. 2007년생이 아직 국내 최연소 프로다. 일본도 2009년생 소띠인 나카무라 스미레(仲邑菫)보다 어린 기사가 나오지 않고 있다. 반면 중국은 작년 여름 천자루이(陳家瑞)의 입단으로 2010년생 호랑이 시대를 열었다. 기고자 :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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